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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만 유튜버 믿었는데…"고단백" 속여 팔아도 과태료 20만원뿐

중앙일보

입력

보디빌더 A씨가 판매한 소고기 패티. 사진 인스타그램

보디빌더 A씨가 판매한 소고기 패티. 사진 인스타그램

지난해 12월 박모(27)씨는 인스타그램에서 25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보디빌더 A씨가 판매하는 소고기 패티를 10만원어치 구매했다. 단백질 함량이 23g으로 시중 다른 제품들보다 높고, “직접 재료 선별부터 제조까지 모두 참여했다”는 A씨의 홍보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구매한 소고기 패티의 단백질 함량이 16g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유튜버가 해당 제품의 영양성분 분석 결과 단백질 함량이 표기보다 최대 32% 부족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박씨는 “A씨가 보디빌딩 시합을 준비하며 소고기 패티로 식단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해 주문을 결심했는데, 이건 명백한 사기다. 돈만 날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셜미디어(SNS) 마케팅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인플루언서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7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B씨가 홍보한 볶음밥이 영양성분 표보다 탄수화물과 나트륨 함량은 20% 이상 많고 단백질 함량은 31% 적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 C씨가 홍보한 고단백 저지방 소시지 역시 표기보다 5배 이상의 지방 함량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소고기 패티 영양성분 논란이 있었던 업체 사과문. 사진 해당 업체 홈페이지

소고기 패티 영양성분 논란이 있었던 업체 사과문. 사진 해당 업체 홈페이지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건 현행 규정상 영양성분 검사 등 관련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영양성분 검사는 제조사가 직접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조사가 검사 기관에 제공하는 샘플과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의 성분이 다를 경우, 즉 제조사가 영양성분을 허위로 표기해도 소비자는 이를 알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영양성분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영양성분 표기와 실제 함량의 차이가 20~50% 범위이면 1차 위반 시 과태료 20만원, 2차 위반 시 과태료 40만원이다. 표기와 실제 함량이 50% 이상 차이 날 경우 1차 위반 시 과태료 50만원이다. 표기와 실제 함량의 차이가 0~20% 범위에 있으면 오차 허용 범위로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는다.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상품 마케팅은 국내외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전 세계 마케팅 시장은 2016년 17억달러(약 2조 30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164억달러(약 21조 8000억원) 규모로 6년 동안 10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소셜미디어(SNS) 마켓팅 관련 피해구제 사례는 2020년 100건, 2021년 110건, 2022년 9월까지 137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 마케팅 제품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등장했다. 인플루언서 홍보 제품 구매 후 실망한 경험이 있는 황모(26)씨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제품은) 품질이 어떤지 알기 어렵더라. 실망한 적이 많아 그냥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영양성분 허위 기재 행위는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며 “영업정지나 형사처벌과 같이 과태료 처분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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