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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인터뷰 | “‘올 시티 캠퍼스’라는 배 건조해 세계 무대로 나아가자”

중앙일보

입력

전민현 인제대학교 총장의 지역-대학 대항해(大航海)론

“대학과 지역사회의 경계 허무는 현장 캠퍼스로 실무 능력 갖춘 인재 키울 것”
10년지대계 ‘IU 비전 2033’ 발표, 지역 특성화산업 집중 투자해 글로벌화 추진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2월 7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인제대 본관 총장실에서 “올해 우리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2월 7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인제대 본관 총장실에서 “올해 우리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늘 ‘기본’을 강조해왔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현상 등으로 지역대학이 위기에 처할수록 대학의 기본인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전 총장의 지론(持論)이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야심 차게 시작한 ‘글로컬대학 30’ 사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있는 지역대학을 육성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한다는 사업 취지에 맞춰 대학과 지역사회의 경계를 허무는 ‘올 시티 캠퍼스(All-City Campus)’를 착안해냈다.

인제대는 지난해 108개 대학과 경쟁해 15개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됐다. 하지만 마지막 1%가 부족했던 걸까. 최종 관문인 본지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전 총장은 “상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현장 캠퍼스 구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제대는 큰 틀에서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한 본지정 단계로 직행한다. 2월 7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인제대 본관 총장실에서 전 총장을 만나 올 시티 캠퍼스 구상을 들어봤다.

“올 시티 캠퍼스 실현 가능성 높일 전략 구상”

지난해 글로컬대학 본지정 탈락은 대학 입장에서 참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올해 우리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을 어떻게 메울 것이며,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할지 대학 구성원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논의 주제로 주로 거론되는 사안은 무엇인가요?
“첫째,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전략입니다. 둘째, 성과 평가 부분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모든 행위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도록 새로운 체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셋째, 학생 등 교육수요자 중심 대학을 강화하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성과 평가 강화가 글로컬대학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수들의 지도와 활동도 글로컬대학이라는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합니다. 새로운 평가 체계는 교수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 인력을 육성하는 학생 지도를 하고 있는지, 산학협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역에 기여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수가 우리 지역과 관련된 책을 쓰면 기여도를 인정해 준다든가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한 인제대는 본지정 단계로 직행합니다.
“지난해는 글로컬대학을 준비하는 기간이 짧아 계획서에 우리 대학의 아이디어를 집어넣기 바빴습니다. 이에 올해는 계획의 구체성을 높이고, 여러 계획을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학생·교수·지역사회·기업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올 시티 캠퍼스를 달성해 내겠습니다.”

올 시티 캠퍼스는 도시의 모든 공간을 교육과 산업 생태계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즉, 이론 중심의 ‘상아탑 대학’을 허물어 학생이 지역사회와 기업 속에 녹아드는 현장 중심 학습을 해나가는 것이다. 1월 22일 김해시청 브리핑룸에는 올 시티 캠퍼스 실현을 위해 김해시와 인제대, 가야대, 김해대, 김해상공회의소 등 혁신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홍태용 김해시장은 “대학을 책임지는 도시, 도시를 책임지는 대학인 ‘올 시티 캠퍼스’가 그 해답”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해를 대표하는 혁신 주체들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때 어떤 대화들이 오갔는지요?
“김해시 인구는 최근 57만 명에서 55만 명을 거쳐 53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김해시와 우리 대학이 서둘러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거죠. 이렇듯 우리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홍태용 시장 주도로 ‘글로컬대학추진지원단’을 만든 것이 대표적입니다. 김해시, 김해상공회의소 등 모든 주체가 추진단에 합류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대학도 자체적으로 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계획했던 것을 하나씩 실천하는 해가 될 겁니다.”

홍태용 김해시장도 “‘올 시티 캠퍼스’가 해답” 힘 실어줘

안경원 김해시 부시장과 전민현(왼쪽 둘째) 인제대 총장, 안상근 가야대 총장, 편금식 김해대 총장, 노은식 김해상공회의소 부회장이 1월 22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올해 글로컬대학 지정을 위해 다시 뛰겠다”며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경원 김해시 부시장과 전민현(왼쪽 둘째) 인제대 총장, 안상근 가야대 총장, 편금식 김해대 총장, 노은식 김해상공회의소 부회장이 1월 22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올해 글로컬대학 지정을 위해 다시 뛰겠다”며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57년생인 전민현 총장은 한양대 금속공학과 학사, 미국 켄터키대 재료공학 석사, 미국 플로리다대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과 삼성종합기술원 수석연구원을 거쳐 1999년 인제대 나노융합공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연구혁신처장, 산학협력단장, BNIT융합대학 초대 학장, 제8대 인제대 총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22일 연임에 성공한 전 총장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올해 초 ‘IU 비전 2033’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IU 비전 2033의 핵심은 글로벌화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연구 분야를 개척함과 더불어 특화분야를 강화하는 10년지대계(十年之大計)입니다. 우리 대학은 전년도 대비 외국인 학생이 약 3배 정도 늘었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김해시는 앞서 바이오 헬스, 미래 모빌리티, 소셜 디자인, 스마트 물류 등을 특화 분야라고 정했습니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분야 가운데 몇몇 분야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올해 확보 가능한 10억원(법인 예산 6억 + 교비 4억)에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될 시 10억원을 더해 총 20억원 규모의 펀드로 매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투자뿐만 아니라 그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원도 전면 개편할 겁니다.”
최근에는 이공계 인재가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총장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복안이신가요?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나이와 분야를 막론하고 훌륭한 교수를 영입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또 글로컬대학(가칭)이라는 학부를 만들어 여기 들어오는 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자 합니다.”

“교육부가 권장하는 외부전문가 겸직 교수제 확대”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2월 7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인제대 본관 총장실에서 “우리 대학이 올해 글로컬대학에 지정되면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부총장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민현 인제대 총장은 2월 7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인제대 본관 총장실에서 “우리 대학이 올해 글로컬대학에 지정되면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부총장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교원 확보는 학생 모집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인제대가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65세로 정년을 넘긴 교수 가운데 능력 있고 의욕이 넘치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정년 후 재임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를 모셔와 우리 대학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열린 인사 제도’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겁니다. 일단 올해부터는 ‘조인트 어포인트먼트(Joint Appointment)’ 교수제를 실시·확대할 예정입니다. 쉽게 말해 겸직 교수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한국재료연구원의 박사들에게 교수의 지위를 주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올해 학생들은 이들에게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역량을 키워갈 겁니다. 이는 교육부가 권장하는 교수 임용 제도이기도 합니다.”
교육부에서 또 강조하는 것이 현장 중심 실습교육 강화입니다.
“그래서 ‘현장 캠퍼스’를 만들었습니다. 인제대 학생은 교수뿐만 아니라 현장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직접 풀어내면서 경험을 쌓게 됩니다. 이는 대학의 산학협력이 활성화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기업이 대학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 캠퍼스에서 서로 상시적으로 교류하는 진정한 의미의 산학협력이 발생할 겁니다. 현장에서 산학협력과 연구·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제도 정착에 힘쓰겠습니다.”
인제대가 글로컬대학에 지정되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 대학과 지역의 행정·경제 주체들이 드디어 한배를 탔다는 걸 뜻합니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는 과정은 배를 건조하는 것과 결이 같습니다. 구조를 만들고, 조직을 구성하며,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죠. 이처럼 우리 대학은 공생의 길을 열어가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배가 띄워지는 순간 거친 파도를 뚫어내고 세계 무대로 나아가겠습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을 운영할 이사회의 건전성과 투명성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인제대와 법인은 그 어느 때보다 정도(正道) 경영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사회가 완전히 새롭게 구성됐습니다. 저같이 법인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평교수 출신이 총장에 연임했다는 건 대학이 그만큼 클린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글로컬대학에 지정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 사업을 책임지고 이어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글로컬대학에 지정되면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부총장제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부총장이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전담해야 실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 기업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인사를 부총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저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는 글로컬대학을 향해 전심전력(全心全力)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올해 꼭 글로컬대학에 지정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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