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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색 인터뷰 | “수도권 비대화는 그 자체로 비효율”

중앙일보

입력

장능인 전 인수위 균형발전특위 대변인이 말하는 ‘대한민국 급소’

“세계 트렌드 못 따라가는 중앙정부가 간섭하니 지방 더 힘들어”
“중앙이 지방 통제하는 방식은 구조적 한계 직면… 지역균형발전 절실”

장능인 전 대통령직인수위 균형발전특위 대변인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과밀화 비용을 지방 SOC 예비타당성 조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능인 전 대통령직인수위 균형발전특위 대변인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과밀화 비용을 지방 SOC 예비타당성 조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능인(34) 4·10 총선 국민의힘 울주군 예비후보는 관록이 나이를 압도한다. 20대에 여당 지역 선대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 야당 대변인을 거쳤다. 22세 때인 2012년 제 18대 대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후보 대전광역시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대통령 국회 탄핵으로 지도부가 와해된 2017년엔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2019년엔 야당으로 전락한 자유한국당 대변인직을 맡았다. 역대 보수당 영욕(榮辱)의 시기를 20대에 체험했다.

30대 들어서는 제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대변인(2022년)으로 중앙 정치에 복귀했고, 지금은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울산 울주군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윤석열 정부는 중앙과 지방이 골고루 잘사는 ‘지방시대’를 표방한다. 권한과 예산의 지방 이양 등 액션 플랜 제시에도 의욕적이다. 그 기초 작업이 인수위 시절 지역균형발전 특위에서 이뤄졌고, 장 예비후보는 그 특위의 대변인으로 지방 정책의 수립 과정을 언론에 전파했다. 장능인 예비후보는 1월 24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트렌드 따라잡기에도 급급한 중앙정부가 지방에 간섭하다 보니 지방이 더 힘들어진다”며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그의 중앙·지방 양극화 진단과 해법엔 새로움과 깊이가 교차했다.

일찍이 정치권 중심부에 진입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 법한데.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과외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돈 버는 의미도, 재미도 별로 못 느끼게 되더라. 차라리 교육 기회를 나누자는 생각에 봉사 단체를 만들어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쳤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기회의 크기가 달라지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 싶었다. 이게 소문이 나서 대전의 한 명문고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대학생이 고교 실제 수업을 진행하거나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대학생 명예교사’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우리 사례가 이 제도의 롤모델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다른 고교에서도 수업 요청이 들어왔고, 학생들이 모인 우리 봉사 단체는 미담장학회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활동에 주목했던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전 선대위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민주당이 아니고 새누리당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 제가 보기에 민주당이 지향하는 통일 방식이 자유민주주의 통일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 같았다. 경제와 산업 분야의 규제 정책도 제 생각과 달랐다. 당시 누가 물으면 ‘새누리당이 저하고 맞아서 합류했다’고 답했다.”

“양극화 해소, 자유민주적 통일에 기여”

2017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장능인(오른쪽 셋째) 당시 비대위원.

2017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장능인(오른쪽 셋째) 당시 비대위원.

그런 지향을 갖게 된 경로, 동기가 있을 것 같다.

“재학 중인 2010년 군에 입대해 중부전선 전방 부대인 육군 5사단에서 GOP(일반전초) 경계 근무도 섰다.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 땅이 훤히 보인다. 여러 가지 상념이 들더라. ‘남북은 왜 이렇게 대치하는지’, ‘우리 민족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등등…. 그때 든 생각이 ‘한반도가 살아남아 발전하자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 양극화 해소와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기여하면 족하다는 게 마음가짐이다. 양극화 해소는 일거에 되는 게 아니어서, 제가 관심을 가진 교육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통일도 당장 가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지만 막연하게나마 정치를 통해 기여하고자 한다.”

장 후보는 ‘병역명문가’의 일원이다. 병무청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시하고자 2004년부터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역명문가는 1대부터 3대까지 모두 현역 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을 말한다. 장 후보는 조부 이하 총 8명이 병역의무를 이행해 2021년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 총 복무 기간이 593개월에 이른다.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의 지역균형발전특위 대변인을 지냈다. 문제의 근원에 어디까지 접근했나?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지방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지방 고교를 졸업한 20대가 수도권 등 타지로 가서 현지에 정착해버리는 현실 말이다.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지방의 인프라가 취약한 탓에 그게 잘 안 된다.”

그 해법을 들자면?

“과감한 권한 이양, 위임이 우선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라는 말을 처음 쓴 정부다. 지방이 중심이 돼서 뭘 한번 해보자는 건데 갈 길은 멀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지방이 과연 권한과 책임을 떠안을 준비가 돼 있냐고, 또 미래를 기획할 역량은 갖췄냐고. 그래서 나중에 준비가 되면 권한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발상이다. 권한을 주면서 동시에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그 연장선에서 정부가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로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신설 방안이다. 지방이 이런 산업, 교육을 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제안토록 하는 일종의 실험인 셈이다.”

수도권 경쟁력이 나라 경쟁력의 전부라고 믿는 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수도권 비대(肥大)화는 그 자체로 비효율이다. 고도의 과밀은 고도의 비효율을 만들 뿐이다. 서울을 보자.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 하니까 인구 비효율을 낳는다. 그 사이 지방은 지방대로 공간을 활용하지 못 하는 비효율이 생긴다. 지금 세계는 도시와 도시가 경쟁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외국은 여러 도시가 각기 특색 있는 성장을 꾀하는데 대한민국은 서울 등 수도권에만 모든 걸 집중한다. 이건 선택과 집중의 원리와도 어긋나는 현실이다. 그래서 지역균형발전이 더더욱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가 이런 양극화 흐름을 가속화하지 않나?

“가치 체계는 누가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특정 가치는 동시대인들의 생각의 총합이자 역사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저는 정부 차원에서 어떤 의식을 바꾸고 가치를 새로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나마 여러 도시를 키우는 쪽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는 게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본다.”

“대전 성심당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가 희망”

장능인 전 대통령직인수위 균형발전특위 대변인은 조부(祖父) 이래 3대 8명이 593개월간 병역 의무를 이행한 병역명문가의 일원이다.

장능인 전 대통령직인수위 균형발전특위 대변인은 조부(祖父) 이래 3대 8명이 593개월간 병역 의무를 이행한 병역명문가의 일원이다.

인구 구조로 봐서 이미 의사결정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대한민국이다.

“그건 정말 문제다. 지방에 필요한 것은 지방이 결정토록 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정부나 국회의 정책과 제도가 세계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게 많다. 이런 마당에 중앙 정치가 지방까지 일일이 간섭하려 들다 보니 지방이 잘 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제 중앙이 지방을 통제하는 방식은 구조적 한계가 온 것 같다.”

보여주기식 SOC 공약 남발이 지방의 살림을 더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어 보이는데.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할 때엔 재무·재정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빚 내서 하는 사업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신중을 기해야 한다. GDP 대비 어느 정도까지 빚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와 기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인구가 줄면 세수가 줄고 지방정부의 재정도 감소한다. 기반 시설 유지 보수에서부터 지역 복지, 공공 서비스 재원 마련이 당장 도전으로 와 닿지 않을까?

“저는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의 기능에 주목한다.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지역의 작은 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뻗어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전의 제과점 성심당의 경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현지성, 희소성이 전국의 고객을 불러 모았다. SOC 사업에도 로컽 크리에이터 성격을 가미하면 좋겠다. 전남 영암 F1 경기장을 시속 200㎞로 달리는 아우토반으로 활용하면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관광 명소로 부상할 것이다. 지역 SOC를 로컬크리에이터 테마로 잘 연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는 결국 예비타당성조사의 벽을 못 넘어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으로 통과시켰다.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정량 요소로 반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 따로, 지역균형발전 따로 갈 게 아니라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경비(비용), 지역의 비효율을 해소하는 혜택(편익)을 B/C(cost/benefit)에 정량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행 예타 제도에서는 ‘지방은 사실상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SOC 건설이 한번 좌절된 곳은 한없이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공포인데.

“저는 이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B/C에 중앙 편중과 지방 쇠퇴가 갖는 비효율성을 정량적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나?

“그까지는 안 다뤘던 것 같다. 당시 인수위는 지역별 현안을 점검하고 분류하는 데도 시간이 빠듯했다. 당시 인수위 균형발전특위는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등 지방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설계하고 토론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예타와 관련해서 중앙과 지방의 논리적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그런 프로세스나 아이디어가 있을까?

“지방시대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돼 있다. 지역 전문가, 지역균형발전에 관심이 많은 분이 지방시대위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중앙정부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 지방시대위원회에 검토 권한을 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한다.”

저출산이 온 나라의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결국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이 중요하다. 이 ‘워라밸’을 구현하는 방편으로 육아 휴직 수당을 국가에서 지원하면 어떨까? 육아 휴직 수당을 기업에 맡기면 눈치를 보게 되거나 결국 퇴사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중위 임금의 70% 정도를 육아 수당으로 주자고 제안한다.”

하루 수십, 수백통의 문자 폭탄 자초한 배경

지금 울주에서 가장 절실히 제기되는 혁신 과제는?

“울주는 울산 전체 넓이의 70%를 차지한다. 서울 면적의 1.2배에 달한다. 울주군이 어떻게 보면 울산광역시 발전에 인프라를 제공하면서도 좀 소외된 지역으로 남아 있다. 도농복합 지역이라서 어떤 곳은 도회지, 어떤 곳은 시골 등으로 풍경이 확확 바뀐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문화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곳이 울주군이다. 저는 울주에 필요한 게 뭔지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정책 제안을 받아 리스트로 만들고, 구글 폼을 통해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할 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 새누리당 비대위에 합류했다. 탄핵의 본질을 되짚어 본다면?

“탄핵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은 소통 문제에 있었다고 본다.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이 잘 안 된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답답하니까 촛불을 들고 나온 것이니까. 당시 저는 당 홈페이지 비대위원 명단에 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하루 수십, 수백 통씩의 문자, 전화가 빗발치더라. 태극기 집회하는 분들은 대통령을 왜 제대로 지키지 않느냐는 원망과 항의를 쏟아내셨다. 어디 얘기할 데 없는 분들은 또 그분들대로 제게 어필을 하셨다. 저는 100건이면 100건 모두 간단하게나마 답변을 드렸다. 그 시절 저라도 국민과 소통해야 하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2022년 주간지 [시사저널]이 선정하는 ‘차세대 리더 100명’에 뽑혔다. 어떤 점을 평가받은 건가?

“당시 정치 분야 리더로 선정됐다. 제가 꾸준하게 사회 양극화 해소, 사회적 약자 보호 의견을 냈는데 그걸 관심 갖고 봐준 것 같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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