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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훈의 과학 산책

수학자가 되고 싶다는 J에게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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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꿈많은 청소년인 J가 물었다. 어떻게 수학자의 길을 갈 수 있을까요?

먼 나라 공항에서 폭설에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단다. 수학은 고가의 장비를 쓰지 않고 오로지 생각의 힘만으로 성과를 얻어낸단다.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과 아이디어지. 그래서 수학자는 세계를 여행하며 최신의 성과를 습득하고 발표하며 교류한단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국제학회는 새로운 결과를 미리 만나는 기회란다. 발표자는 새로운 영화의 시사회처럼 논문이 정식으로 출판되기 전에 전문가들에게 소개하며 방향성을 점검받을 수 있고, 참가자는 새로운 연구의 아이디어를 빨리 얻을 수 있단다. 직업으로서 수학자가 좋은 점의 하나는 세계 곳곳에 좋은 친구들이 생기는 것이란다. 수학은 옳고 그름이 명확한 유일한 학문이어서 서로 다툼이 없단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고 함께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지 누구와도 다툴 필요가 없지.

수학자가 되는 방법은 정말 쉽단다. 대학에 진학해서 성실히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좋은 스승님을 만나 연구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 금융·인공지능·의학·컴퓨터공학 등 수학이 필요한 직업이 넘쳐나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고민할 필요가 없단다. 정말 좋은 수학자가 되고 싶다면 호기심과 용기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야 연구를 시작할 수 있고, 임전무퇴의 용기가 난제를 넘게 해준단다. 19세기 수학의 거장 바이어슈트라스는 시인의 마음 없이는 정상급 수학자가 될 수는 없다고 했었지. 올곧이 마음의 힘으로 수학의 세상을 탐험한 후, 그 아름다움을 시인의 마음으로 노래하는 것이 수학자의 논문이거든.

수학자도 세상 사는 방법은 똑같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거든 질투하지 말고 친구가 되어라. 두려워 망설이는 대신 자신을 굳게 믿고 힘껏 뛰어드는 것이 후회 없이 사는 유일한 방법이란다.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