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못하는 가난구제/브라질 대학이 발벗고 나섰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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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수들 문맹 퇴치·보육 앞장/유치반·직업 훈련반 등 성황
브라질의 한 대학에서 빈곤퇴치를 위한 독특한 실험이 한창이다.
빈곤에 허덕이는 브라질내에서도 「가난의 상징」으로 알려진 북동부 레시테시에 위치한 페스프대학은 인근 빈민가 주민들과 손을 맞잡고 다양한 지역개발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페스프대학은 주민들에게 캠퍼스를 개방,교수들을 중심으로 강사진을 편성해 문맹의 주부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비참할 정도의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어린이들의 보육을 돕고 있다. 또 이들 주민의 도움을 얻어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빈민문제 해결을 위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빈곤퇴치」라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정부뿐 아니라 유엔 국제아동긴급기금(UNICEF)으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86년 학교부지에 빈민가를 형성한 30여가구의 빈민들과 이들의 퇴거를 요구한 학교측과의 마찰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시작됐다.
학교측은 교사신축을 위해 이들의 퇴거를 요구하고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돌을 던져 수업을 방해하며 맞서 양측간에 험악한 관계가 계속됐다.
이 프로그램은 이같은 소란속에 우선 주민들과의 긴장관계를 완화해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바루데마 데메로 체육대학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데메로 학장은 대주민 관계개선의 일환으로 캠퍼스를 주민들에게 개방해 기초적인 교육을 시켜보자고 제안했던 것.
이에 따라 주민들과의 대화가 시작됐고 곧이어 저녁시간의 빈 강의실을 이용,유치반·청소년반·직업훈련반이 설립됐다.
강사진은 빈민교육에 관심을 갖고있던 교수들을 중심으로 일부 교직원과 학생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문맹의 주부들에게 글을 깨우쳐주는 직업훈련반과 극심한 영양실조의 어린이들을 받는 유치반의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늘자 학교측은 강사진 보충을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학점을 인정,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학생들은 주로 체육·사회 등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측은 이어 체육과의 교과과정에 「지역 청소년 활동」이라는 과목을 개설,이 프로그램을 정규화 했다.
이에 따라 주민교육은 낮시간까지 확장됐다.
또 학생들의 클럽활동에 주민의 참여를 권유했다.
현재 유치반과 청소년반은 오전·오후 2부제로 운영되고 있고 직업훈련반은 오후반 수업이 끝난 야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유치반의 경우 85명이 다니고 있다.
이는 유치반에 자녀를 보낸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빈민지역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주민들은 학교가 시도하는 빈민조사등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주정부도 이같은 이들의 노력에 감동,대학 가까이에 주민을 위한 공영주택 건설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고 있는 데메로 학장은 『어떻게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사회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게 이 프로그램의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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