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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호의 사자성어와 만인보] 맹모삼천(孟母三遷)과 맹자(孟子)

중앙일보

입력

맹모삼천지교. 바이두

맹모삼천지교. 바이두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 탄 님 따라서 시집 가던 길~” 이미자씨의 대중가요 ‘아씨’ 첫 구절이다. 프랑스에는 사실주의 대표작가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une vie)’이라는 장편소설이 있다. 최근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은 위화(余華)의 ‘형제(兄弟)’에도 주인공 모친의 애잔한 일대기가 잘 그려져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은 무척 고된 것이었다.

이번 사자성어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이다. 

우선, ‘맹모’는 맹자의 모친이다. ‘삼천’은 ‘세 번 이사하다’이다. 둘을 결합하면 ‘맹자의 모친이 세 번 이사했다’라는 뜻이 된다. 그녀가 세 번씩이나 이사한 이유는 뭘까. 이유는 오직 하나, 맹자의 교육이었다. 한나라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에 기록이 나온다.

쇠는 담금질로 강해진다. 인간도 역경을 겪고 나면 더 강해진다. 공자의 어린 시절도 유복하지 못했지만, 유교에서 ‘공자 다음’이라는 의미의 아성(亞聖)으로 칭해지는 맹자의 어린 시절도 매우 불우했다. 맹자는 아동기에 부친을 잃고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편견, 궁핍 등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결단력을 갖춘 맹자 모친은 눈 앞의 생존 문제 이상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 그것은 바로 맹자의 교육과 미래였다.

중국 고대 사회는 여성에게 길쌈이라는 노동을 권장했다. 각 가정에서도 적극 호응했다. 베틀이라는 아주 간단한 생산 수단만 갖추면 비단 등 완성품 직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특히 비단은 환금성이 좋았다. 맹자 모친도 중노동이지만 잠을 줄여 시간을 투입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열녀전’에 소개된 일화를 보면 그녀가 처음 거주했던 곳은 성 밖의 공동 묘지 부근이었다. 철부지 맹자는 나팔을 불어대는 장례 행렬의 소란스러움을 따라다녔다. 맹자의 모친은 자식을 키우며 ‘살 곳’이 아니라고 느꼈다. 두 번째 거주한 곳은 성 안이었지만 시장 근처였고 그것도 돼지를 도축하는 가게들 부근이었다. 가난했기에 선택지가 많진 않았으리라. 돼지 도축을 거들며 노는 맹자를 보고 그녀는 또 다시 이주를 결심한다.

‘삼세번’이란 말이 있다. 이번에는 학교 옆으로 이사를 해 본다. 일관되게 총명한 아동 맹자는 학습중인 형들의 낭랑한 책 읽는 소리를 학교 담장 밖에서 따라하기 시작했다. 교육 환경으론 최고였다. 심지어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가르치는 학교 부근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흉내내기에 집중력을 발휘하는 놀라운 ‘싹’이었던 맹자는 그녀와 스승 자사의 배려 속에서 학문의 큰 줄기를 제대로 깨쳤고, 살아 생전에 이미 중국 대륙의 동쪽 하늘을 가리는 우람한 한 그루 ‘나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참고로, ‘단기지교(斷機之敎)’라는 사자성어의 유래도 맹모 일화다. “네가 학업을 중단하고 귀가한 것과 이 절단된 천은 대체 뭐가 다르냐?”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맹모의 사례를 분석적인 눈으로 살펴보자. 다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첫 숟가락’에 만족하지 않았다. 만약 세 번째 거주지에서도 맹자가 일탈 행동을 했다면, 몇 번이고 더 나은 거주지로의 이사를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시행착오를 딱히 두려워하지 않았다. 즉, 향상심(向上心)이 있는 한, 눈 앞에 벌어진 이사 오류를 군대의 ‘병가지상사’처럼 여겼다. 다만 우리는 그녀가 ‘돼지 도축장 부근’ 다음으로 어시장이나 채소 판매상 인근 등 비슷비슷한 범위에서 이사하진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멈추는 법’을 알았다. 맹모의 이 ‘환경 바꾸기’ 일화에서 과욕을 부린 경우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녀에겐 과단성과 과욕을 식별하는 눈이 있었다.

최근 몇 나라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매우 낮아졌다. 우리도 너무 늦기 전에 ‘밑 빠진 독’이 된 공교육과 사교육을 함께 수술대에 놓고 치유 방안을 찾아내야만 한다. 멀게는 프랑스와 독일의 공교육 학비 무료부터 가깝게는 ‘현대판’ 맹모의 교육 최우선 각자도생의 폐해까지, 모든 이슈를 수술대 위에 ‘딱’ 올려놔야 한다. 그저 ‘면피’나 ‘주마간산’이 아닌, ‘용맹정진’식으로 말이다.

홍장호 ㈜황씨홍씨 대표

더차이나칼럼.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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