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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오타니 글러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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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호 31면

시사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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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일본 운동선수가 있었을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오타니는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이 우승한 후 “일본뿐 아니라 한국·대만·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혀 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의 야구 글러브 기증이 일본에서 화제다.

이달 초 야구 글러브를 끼고 승리 포즈를 취하는 조카 사진을 오빠가 보내왔다. ‘오타니 글러브’라고 한다. 오타니는 작년 12월부터 일본 전국 약 2만 곳 초등학교에 글러브 3개씩을 기증하고 있다. 오타니 글러브는 오타니가 사용하는 제품을 주니어 사이즈로 만든 것으로 비매품이다. 글러브 1개가 1만 엔이라고 치면 6억 엔(약 53억원) 규모의 통 큰 기부다.

글러브를 받았다고 기뻐하는 사진들이 SNS에 속속 올라오고, 오타니 글러브를 가지고 야구대회를 여는 등 축제 같은 분위기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시품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지만, 오타니가 글러브와 함께 보낸 “야구하자”라는 메시지대로 이 글러브를 계기로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근무한 아사히신문사는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주최하고 있어서 여름에는 매일 지방대회를 취재했다. 일본 고교야구는 프로야구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

나는 입사 전까지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야구를 하고 있는 줄 몰랐다. 내가 취재했던 당시 전국에서 4000곳이 넘는 학교가 참가했다. 요즘은 저출산 영향으로 아이들이 줄고 있어 작년에는 3486곳의 학교가 참가했다. 오타니 글러브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조금이라도 야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오타니의 바람을 담고 있다.

한국도 야구 강국인데 야구팀을 보유한 고등학교가 100개도 안 된다고 한다. 한국은 일부 학생들만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데 일본은 중·고등학교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 활동에 참여한다. 특히 남학생은 야구나 축구, 농구 등 운동부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만두지만, 취미로 계속하거나 팬으로 즐겨보는 사람은 많다. 오타니 글러브는 장래 야구를 즐겨보는 인구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오타니의 크나큰 야구 사랑을 느낀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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