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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철완의 마켓 나우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이 자동차 뜻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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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SDV)’의 등장으로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의 막이 올랐다. 딱히 대안이 없다. SDV가 자동차 산업을 재정의할 기세다.

SDV의 핵심은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데 있다. 이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경험(UX)의 단순한 개선을 넘어선다. SDV의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운영체제(OS)로 모든 하드웨어를 통합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한다. 둘째, 드라이버(하드웨어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체계를 계층적으로 통합하여 운영한다. 셋째, 최신 암호화 프로토콜로 기존 자동차보다 훨씬 강력한 보안성을 제공한다. 넷째, 공중업데이트(Over-The-Air, OTA)라 불리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주행·안전·편의·인포테인먼트 기능 등을 지속해서 개선한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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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의 적용은 ‘초급 적용’과 ‘고도 적용’으로 대별된다. 고객 입장에서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초급 적용된 차량은 출고한 때와 몇 년 후를 비교했을 때 ‘안팎으로 거의 똑같은 차’일 것이다. 고도로 적용된 차라면 겉보기에는 거의 같지만, 새로운 UI와 UX에 더해 심지어 기능과 성능까지 크게 달라진 상태일 것이다.

예컨대 고도 SDV에서는 이미지 센서가 비디오 블랙박스 카메라 용도에서 주행용으로 고도화된다. 고에너지 배터리팩의 에너지양이 구독 또는 서비스 교체를 통해 확장된다. 리콜을 위해 서비스센터를 구태여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SDV는 차량 개선·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 과거에는 모델 출시 후 개선이 어려웠지만, SDV는 출시 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추가와 개선이 가능하다. SDV로 향후 개선이 가능한 부분은 개발 단계에서 제외하고, SDV로 개선 불가능한 부분에 집중해 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완성차 업계는 SDV 전환을 위해 핵심 솔루션을 개발하고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테슬라는 일찍이 자체 OS를 탑재하며 앞서나갔다. 토요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 제어를 통해 SDV 전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10년 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는 차종이 배터리 전기차, 연료전지 전기차, 내연기관 기반 풀하이브리드 중에서 무엇이 될지 설왕설래 중이지만, SDV는 어느 경우에도 미래 자동차의 핵심 역량이다. SDV를 단순히 사람들을 현혹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쯤으로 안일하게 판단하면 점점 뒤처질 것이다. 관련 신기술들을 속속 도입하는 완성차 업체는 미래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