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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티븐 도버의 마켓 나우

할 일 미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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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장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장

시장이 널리 예상한 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월 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5.25~5.5%로 동결했다.

FOMC 회의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표한 성명서와 기자회견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파월 의장은 FOMC가 향후 통화 정책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힌트를 줬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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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연준 정책성명서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나오는’ 내용이 아니라 ‘빠진’ 내용이다. 첫째, 성명서에는 금리 인상을 통한 향후 통화정책 긴축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둘째, 신용 여건 악화의 영향에 대한 연준 정책 입안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다. 셋째, 그동안의 긴축과 통화정책의 지연에 대한 설명도 찾을 수 없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그가 “FOMC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목표 범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사실상 3월 금리 인하를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이중 정책 목표’(dual mandate, 물가안정과 최대고용)를 달성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가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에 따르면 미국 실업률은 3.7%로 역대 최저치는 아니지만, 여전히 연준이 기대하는 것보다 낮은 수치다. 그는 일자리 증가세가 “완만하지만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력 참여율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노동 수요가 노동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오늘날같이 경쟁이 치열한 노동 시장에서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경제 건강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파월 의장은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데 계속해서 데이터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이 3%를 상회하는 등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7주 전 성명에서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자회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DJIA)가 300포인트 하락했다. FOMC 회의 당일 S&P500 지수, 나스닥 지수, 러셀2000 지수는 각각 1.6%, 2.2%, 2.4%씩 하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중론은 2024년 6번의 금리 인하이지만, FOMC 위원들의 중앙값 예상은 1년간 3번의 인하다.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이러한 연준의 모습은 익숙한 장면이다.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