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人之生也直(인지생야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삶의 이치는 정직에 있으니 정직하지 않고서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은 요행히 죽음을 면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삶의 이치를 꿰뚫은 말이다. 살아있는 몸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정직하게 반응한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힘이 나고, 술을 마시면 취하고,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 술을 마셨는데도 취하지 않고 독약을 먹었는데도 죽지 않은 사람은 요행일 뿐, 정상적인 몸이 아니다. 살아있는 정신도 마찬가지다. 정직하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사악하면 이웃과 격리되어 ‘악마’로 지탄받으며 산다. 요행히 아직 죽지 않았을 뿐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

直: 곧을 직. 삶은 정직에 있으니. 23x63㎝.

直: 곧을 직. 삶은 정직에 있으니. 23x63㎝.

요즈음 우리 정치는 한 가지 사태를 두고서도 하는 말은 정반대인 경우가 참 많다. 진실이 둘일 수는 없느니, 어느 한 쪽은 정직을 저버리고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하는 게 분명하다. 이런 정치인은 진즉에 사라졌어야 함에도 요행히도 아직 살아서 별별 추잡한 꼴을 다 벌이고 있다. 정직이 드러나면 요행은 떠나고 진짜 죽음이 찾아온다. 국민은 정직을 드러내는 송곳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의 송곳)! 아무리 감추려 해도 국민은 송곳처럼 정직을 드러나게 한다. 정직은 어쩌다 한 번씩 행하는 생색이 아니라, 일상이어야 하는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