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개혁·동서화해 “뒷걸음”우려/셰바르드나제 사임 각국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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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단절… 페만전략·군축 위협/서방서 소 개혁세력 도와 줘야/“고르비 위기극복 전술” 파 언론
【워싱턴·런던 AP·로이터=연합】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임발표에 대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일제히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장차 소련 개혁정책의 진로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향방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등 서방측은 특히 단기적으로는 페르시아만 사태에 관한 우방들간 공동보조전략의 차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고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미소 강대국 관계발전,동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긴장완화 등에 영향이 미칠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셰바르드나제 장관을 잃게 됐다』고 애석해하면서 소련이 독재체제로 미끄러져 가고 있다는 그의 경고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커 장관은 또 『지금까지 미소간에 협력이 가능했던 것은 소련이 개혁과 민주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소련에 약속했던 경제원조도 소련이 개혁을 계속 추진한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소련은 정치·경제의 개혁과정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히고 『미국은 이번 사건이 내년 2월의 미소 정상회담과 군축논의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만프레트 뵈르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소련이 독재로 가고 있다는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경고에 우려하면서 『완전한 민주주의와 자유·인권을 향한 발전이 소련의 현 사태로 인해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토의 외교관들은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사임연설에서도 지적했듯이 과거의 철권통치체제로 복귀하려는 소련내의 여러 조짐들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소련과 서방의 협력관계를 단절하는 한편 군축협상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마에 모인 유럽공동체(EC) 12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사임뉴스를 『유감』으로 받아들이면서 『EC는 그의 사임이 국제관계에서 이제까지 성취한 중대한 성과를 의문으로 빠뜨릴지 모를 소련의 정책 변화를 수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장 확고한 기대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사임 소식을 듣고 매우 큰 유감을 느꼈다고 밝히고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이란·이라크전의 종식과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협정을 마련하는데서 보인 외교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셰바르드나제 장관을 『세계적인 명성의 정치인』이라고 지칭하면서 『그는 위대하고 열정적인 개혁의 지지자였다』고 찬양했다.
○…롤랑 뒤마 프랑스 외무장관은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인민대표회의 개막 이전에 가진 여러 회담에서 이와 유사한 언급을 해왔기 때문에 『완전히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그가 새로운 국제질서를 도래시키여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찬양했다.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떠나게 된 것은 『유럽의 상황으로서는 손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그의 이번 결정은 소련 국민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도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사임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서방은 최선을 다해 소련내 개혁세력을 지지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나카야마 다로(중산태랑) 일본 외무장관은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갑작스런 사임발표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셰바르드나제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향후 소련 국내 정치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동경=방인철특파원>
○…바티칸 라디오 방송은 셰바르드나제 장관의 사임소식을 전하면서 『그는 냉전 종식에 기여한 소련 외교의 위대한 건축가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호른 줄라 헝가리 외무장관은 『그의 떠남으로 많은 것이 상실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바츨라프 하벨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의 대변인도 체코는 셰바르드나제 장관을 존경했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그가 가까운 장래에도 세계정치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폴란드의 언론인과 정치분석가들도 이 사건이 고르바초프의 위기 극복 전술일지도 모른다고 분석,여타 국가들의 반응과는 대조적인 자세를 보였다.
○…페르시아만 지역 외교관들은 이번 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했으나 그의 사임이 소련의 대 페르시아만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샤미르 총리는 그의 사임으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그러나 소련내 유대인의 이민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피터 보타 외무장관도 셰바르드나제 장관에 경의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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