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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구루와 목민관 대화 | “고양시, 서울시로 들어가야 경쟁력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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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고양시장과 김현호 고양시정연구원장의 ‘수도권 재편론’

■“중앙·지방정부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에서 수도권 재편 방안 논의”
■경제특별자유구역 지정과 과밀억제구역 해제가 도시 재생의 혈로
■“경기북부자치도 신설보다 경기 북부 지역 일자리 창출이 우선”
■“일산·화정·능곡 노후택지단지 재건축 사업,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

한때 경기도 고양특례시의 ‘일산’은 성남시의 ‘분당’과 함께 제1기 신도시의 대명사였다. 1987년 대선 당시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따라 1991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수도권 초거대 주택 건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제1기 신도시다. 당시 일산과 분당은 서울의 ‘베드타운(Bed town)’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서울의 북쪽은 일산이 감싸고, 서울의 남쪽은 분당이 떠받치는 모양새로 대한민국의 심장부 수도권은 팽창을 거듭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2024년 현재 일산과 분당은 더 이상 신도시라는 동질성에 수렴되지 않는다. 일산을 포함한 고양시가 1990년대 만들어진 베드타운의 그늘에서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면,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분당을 아우르는 성남시는 ‘또 하나의 강남’으로 발돋움했다. 고양특례시도 규모 면에서는 전국에서 9번째로 큰 인구 108만의 거대 도시이긴 하다. 하지만 GRDP(지역내총생산)에서는 경기 남부 5대 도시(성남·수원·용인·화성·평택)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이런 현실에 즈음해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주거 기능 위주의 개발과 각종 규제가 고양시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았다”며 “앞으로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활력이 넘치는 자족도시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포석을 밝혔다.

자족도시란 시민의 ‘일’과 ‘삶’이 한 곳에서 자기완결적으로 이뤄지는 도시를 말한다. 108만 시민의 고양시에 필요한 건 일자리이고, 일자리는 기업이 들어와야 생긴다. 고양시가 구상하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선순환 구조의 정점에 900만 평 규모의 ‘경제자유구역’이 자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기 분도(分道)보다 남북 간 재정 격차 해소부터

이동환 고양시장은 이 프로젝트의 적임자를 자임한다. 그는 공학도 출신이다. 학부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하고 석·박사 과정은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주거환경 및 도시 경영 분야 연구와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고양시의 자율성, 기능성, 친환경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있다.

이 시장은 고양시가 경기도에서 빠져나와 서울시와 손잡고 발전을 꾀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 그는 “인접 지자체가 각각 독립된 도시로 존재하면서 하나로 협력하는 도시 간의 연합인 메트로폴이나 광역 연합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수도권 재편론’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이들 사업을 실현할 파트너로 김현호 고양시정연구원장을 꼽았다. 2023년 7월부터 고양시 정연구원을 이끄는 김 원장은 도시계획학으로 석사, 행정학(도시 및 지역개발)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지역개발학 분야의 전문가다. 메가서울 등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고양시의 선택은 김동연 경기지사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향배에도 변수로 작용한다. 월간중앙은 2023년 12월 27일 고양시청에서 가진 이동환 고양시장과 김현호 고양시정연구원장의 대담을 통해 고양시의 도심 재구성, 수도권의 재편 방향 등을 조망했다.

“메가 리전(region) 단위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거점은 고양시다. 고양시의 입장은 뭔가?

이동환 고양시장_“경기도 전역을 봤을 때 분도(分道)는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이전에 경기 북부의 각종 규제를 해소하고, 재정을 확충하는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 경기 북부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30%에 못 미치는 시·군이 절반 이상이다. 고양시 재정자립도 역시 32.65%에 그친다. 명색이 특례시임에도 고양시의 재정에 결부되는 실질적 권한이 미미한 탓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북부가 특별자치도로 분도한다면 성장 기반이 확충되기는커녕 경쟁력 미비로 인해 경제 여건은 더 열악해지고, 북부와 남부의 격차는 더 심화할 수도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신설 여부는 도시 경쟁력,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경기 북부를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 대상 지역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경기도에서 시·군 지자체로 행정 권한과 재정 권한을 이양하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는 분도보다는 수도권을 재편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김현호 고양시정연구원장_ “모든 도시는 장기 포석을 지니고 있다. 이는 미래의 발전 비전이기도 하다. 고양시의 발전 비전은 일견 경기북부자치도와 관련성이 높은 것 같지만, 더 중요한 건 도시로서의 어엿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경기북부자치도는 광역 차원의 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고양시는 이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뛰어넘어 결국 숙원인 자족성이 있는 도시, 즉 ‘직장과 일자리가 균형 잡힌 도시’로 가는 것이 미래 비전과 부합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북부자치도보다는 도시가 제대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선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될 때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고양시 거주에 대한 자부심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북부 지자체들이 자생력을 회복할 여건이 구비되지 않는다면 경기도의 분도는 상당히 어렵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고양시의 낮은 재정자립도는 좀 의외다. 명색이 인구가 100만 명을 넘는 대도시 아닌가?

김 원장_ “우리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경기도 지역 간 기업 규모의 격차를 보자. 대기업 대부분이 남부에 있다. 북부 지역인 연천·포천·가평 등엔 변변한 기업이 드물다. 고양시만 해도 주거 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 고용을 창출하거나 세금을 내는 기업은 생각보다 미미한 수준이다. 경기 남북 간 재정 격차 해소가 그래서 시급하다고 하는 것이다.”

“다자협의체에 김포·하남·구리 등도 함께해야”

1월 10일 고양시 노후 아파트 단지 현장점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왼쪽 셋째). / 사진:연합뉴스

1월 10일 고양시 노후 아파트 단지 현장점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왼쪽 셋째). / 사진:연합뉴스

이 시장_ “그렇다. 남부 지역엔 세계적 반도체 클러스터가 수원·용인·화성·평택·이천 등지에 조성돼 있지 않나. 북부 지역엔 대기업이 변변찮다. 고양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양시의 경우 직원 수가 3~4명밖에 안 되는 영세 중소기업이 일반적이다. 고양시는 주거 기능 위주의 개발과 각종 규제로 인해 성장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산업 기반과 자족시설은 부족한 탓에 불균형만 심화됐다. 이제는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고양시의 엄청난 잠재력을 살려 활력이 넘치는 자족도시로의 대전환을 이루고자 한다.”

‘수도권 재편’의 내용이 궁금하다.

이 시장_ “제가 말하는 수도권 재편은 서울 편입이나 서울 확장 같은 종속적 차원의 메가시티적 접근과는 다른 개념이다. 인접 지자체가 각각 독립된 도시로 존재하면서 하나로 협력하는 도시 간의 연합인 메트로폴이나 광역 연합과 유사한 개념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 재편’을 통해 도시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키우자고 제안한 바 있다. 비유하자면 서울시라는 큰 우산 안에 고양시가 시(市)의 자격을 갖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고양시가 지금은 경기도 소속이지만 서울시로 소속되는 게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서울시도 도시 경쟁력을 키우자면 더 세계적이고 글로벌한 도시로 발돋움해야 한다. 규모의 확대, 상생을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견지에서 고양시는 서울시와 함께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 관점에서 ‘수도권 재편’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김 원장_ “국가 전체로 봐도 메가 리전(region, 지역) 단위의 경쟁력이 요구된다. 이런 메가 리전을 전국에 골고루 분산해 나라의 상향 발전을 추구할 수도 있다. 이 맥락에서 고양시는 수도권 재편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에 있다. 고양시 입장에서 정답이 뭔지, 시민들이 바라는 방향은 어딘지 등 객관적 득실을 따져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 연구원뿐 아니라 외부의 학자,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심도 있는 분석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시장_ “고양시는 특례시라고는 하지만 행정 체계에서는 기초지자체다. 지금은 경기도 안에 고양특례시가 있지만, 서울시로 들어가게 되면 서울시 안에 고양특례시가 자리하는 것이다. 상생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차원에서 고양특례시가 경기도에 있을 것이냐, 서울시에 있을 것이냐를 고민하게 된다. 결론은 서울시 안에 있을 때 고양시의 경쟁력은 훨씬 더 고양된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의 가치를 봐서도 그렇고, 그 서울시 안에서 고양시가 움직일 때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취지에서도 그렇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는 경우와 고양시가 서울에 편입되는 경우 행정 집행 차원에서 양자 간에 어떤 차이가 있나?

이 시장_ “김포시는 서울시의 한 구(區)로 편입될 것이고, 서울시가 (26개 구의 하나인) 김포의 모든 인프라를 관리하게 되는 상황으로 가지 않겠나. 반면, 고양특례시는 서울시에 들어가더라도 인프라 관리를 고양시가 자체적으로 담당한다. 파리의 ‘그랑 파리 메트로폴’, 일본의 ‘간사이 광역연합’ 등과 같이 보다 큰 의미의 지역 경제체, 지역 협업체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요체는 고양과 서울이 서로 독립된 도시로 존재하면서도 상호 유기적 관계 속에서 동반성장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기존 메가시티와는 결을 달리한다. 메가시티는 밀집된 대도시의 단일성이 강조된다. 반면 메트로폴이나 광역연합은 여러 도시나 지방이 협력해서 더 큰 지역 경제체를 형성하는 협업의 성격이 짙다고 하겠다.”

김 원장_ “메가시티와 광역연합은 초점부터 다르다. 메가시티는 공간의 규모로 파악한 도시의 광역화에 방점을 둔다. 광역연합은 서로 다른 도시가 더 큰 하나의 공간을 형성해서 작동케 하는 제도에 포커스를 맞춘 개념이다. 언론에서는 ‘서울 편입’이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사안은 수도권 지도가 바뀌고, 전국 지도가 바뀌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국가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편입이나 서울 확장 같은 종속적인 차원의 메가시티적 접근보다는 지자체가 독립된 도시로 협력하는 도시 간의 연합인 메트로폴이나 광역연합의 개념에서 ‘수도권 재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오세훈 시장과의 논의에 진전이 있었나?

이 시장_ “오 시장에게 단순히 특정 지자체를 서울시의 한 구(區)로 편입하는 방식으로는 수도권 재편은 어림없다고 했다. 고양시와 같은 대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살리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게 답이다. 오 시장과 다자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수도권 재편 어젠다는 중앙정부, 서울시, 경기도 각 시·군을 망라하는 의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정부, 경기도, 서울시는 물론 김포·하남·구리·고양 등도 함께해야 한다. 이런 다자간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를 심화하자고 제안했다.”

김 원장_ “수도권 재편도 결국은 경계 조정에 관한 문제이다. 주민 의견, 지자체의 의견이 중요하다. 그래서 다자간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게 된다. 입법사항으로는 크게 두 개 정도의 법을 손대면 가능할 듯하다. 하나는 지방자치법이다. 서울시를 서울특별도 내지는 서울특별부 등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그다음은 자치단체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 따라야 한다. 관련 지자체와 정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일산이 분당에 뒤처지게 된 결정적 사건

지난해 12월 이동환(왼쪽 셋째) 고양시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고양경제자유구역 일산테크노밸리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이동환(왼쪽 셋째) 고양시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고양경제자유구역 일산테크노밸리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사진:연합뉴스

고양시가 서울시와 함께한다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은 힘이 빠질 것 같은데?

이 시장_ “수도권 재편의 핵심은 ‘국가 경쟁력’과 ‘도시 경쟁력’에 있다. 이를 담보하지 않는 수도권 재편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경기북부자치도 역시 같은 이치다.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분도해야지 단순히 도지사 자리 하나 더 늘리는 쪽으로 진행된다면 행정구역 개편도 빛이 바랠 것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처음부터 이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기북부자치도 추진 관련 서명부터 하자는 제안에 아직은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자치도를 만들면 제가 말한 전제 조건들이 당연히 충족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제가 오랫동안 수도권 재편 관련 연구를 하고, 행정도 해봐서 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쪽으로) 한 번도 제대로 개정된 예가 없다. 12대 국회 이후 수십 건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규제가 거의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경기북부자치도가 탄력을 받자면 이런 경제적 여건들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방도부터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

김 원장_ “규제의 본질은 공공 이익에 있다. 그런데 결과는 일방의 피해로 귀결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고양시를 포함한 경기 북부 지역은 ‘마음의 규제’부터 시작해서 수도권 규제, 군사시설 보호, 그린벨트 규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다. 수도권 북부, 특히 접경지역은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는 ‘마음의 규제’부터 국민의 의식에서 걷어내야 한다. 1983년 시행된 ‘수도권정비계획법’도 손을 봐야 한다. 이 법에 따라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고양시는 공업시설, 학교, 공공 청사, 연수 시설, 그 밖의 인구 집중 유발시설의 신설 또는 증설에 제한을 받았다. 대신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이 들어서면서 과밀을 억제하겠다던 당초 취지와 달리 ‘인구 과밀’이라는 기형적인 결과에 직면했다.”

고양과 분당은 같은 1기 신도시로 출발했지만, 발전 경로가 달랐다. 배경이 뭘까?

이 시장_ “분당은 일단 강남권으로 인식된다. 또 서울 강남에 있는 분들이 분당 신도시로 많이 옮겨가기도 했다. 고양은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인 데다 주로 서울의 강북에 계신 분들이 이사를 왔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꼽을 수 있다. 초기 분당은 대형 평수의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면서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주로 거주했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구심으로 하는 판교 지역 개발이 없었다면 젊은이들의 주택난이 가중되는 등 분당은 주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고양시는 이런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모멘텀을 갖지 못했다. 분당이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할 때 고양시는 택지 개발에만 매달렸다. 고양시와 성남시가 다른 발전 경로를 걷게 된 배경이다.”

2중의 피해를 받는 고양시의 피로감

김현호(왼쪽) 고양시정연구원장과 이동환 고양시장은 숙원인 도시 자족성 확보에 고양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호(왼쪽) 고양시정연구원장과 이동환 고양시장은 숙원인 도시 자족성 확보에 고양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원장_ “같은 신도시로 출발한 고양을 분당과 비교해 보면, 자족성 강화가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알 수 있다. 분당은 1만6000여 개의 기업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균형 잡힌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주택 가격도 고양에 비해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반면 고양은 아직도 1990년대 개발한 주택 도시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기업 하나 없으니 일자리도 창출이 안 된다. 거듭 말하지만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 때문이다. 규제를 벗어나는 고양시의 생명줄이 바로 ‘경제자유구역’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성장 동력이 고양에 못 들어설 이유라고 있었나?

이 시장_ “당시 판교 쪽은 주위에 그린벨트가 많았고, 공유지 확보가 용이했기에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제공할 여지가 있었다. 또 부천 등 인근 지역이 가지고 있던 공업 입지를 판교 쪽으로 이전케 하는 등 기업이 들어올 조건도 갖춰졌다. 반면, 고양시는 주택 공급 차원의 택지 개발이 우선시되던 도시였다. 당시 고양시는 (베드타운이라는) 도구로 인식됐을 뿐이다. 고양시는 2중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이라는 불이익에다 국가에서 필요한 주택을 메워주는 데서 오는 부담까지 피로감이 겹겹이 쌓이는 도시가 바로 고양시다. 판교 같은 걸 개발하지 못한 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당시 고양시 집행부의 문제였나?

이 시장_“고양시도 그렇고 국가 차원, 그리고 경기도가 모두 그런 상황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양시는 각종 규제에 묶여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을 유치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속해서 주택 위주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만 고양시에 안겼다. 1990년대 초반 20만이던 인구가 이제는 108만 대도시로 성장했다. 일자리와 기반 시설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기형적인 도시 구조를 낳은 배경이다. 지금의 고양시는 덩치는 크지만 체력은 허약하다. 고양시가 체력을 키우고 활력이 넘치는 자족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이 들어올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핵심 열쇠가 바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 경제자유구역에는 각종 세제혜택과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기업 유치도 용이해진다. 투자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수 증가를 불러온다. 당연히 교통 인프라 확충에 쓰일 재원도 늘어나는 등 그 혜택을 시민들이 누리는 자족도시가 실현되는 것이다. 이의 성패는 940만 평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과 고양시의 과밀억제권역 해제에 달려 있다.”

“고양시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앞당긴다”

김 원장_ “우리 연구원이 늘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고양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였다. 고양시는 서울의 6개 구(區)와 맞닿아 있어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장, 대기업, 병원 등 대형기관 입지가 막히는 동안 아파트 등 주택 건설은 줄을 이었다. 도시는 갈수록 노후화했고,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고양시민들은 (정부의 요청에 따른) 택지 개발, 주택 공급정책에 거부 반응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집만 지을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해달라는 요구가 드높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일산 도심 재정비, 재건축 계획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다.

이 시장_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저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공약한 사안이다. 국회에서 제정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그동안 고양시가 축적해 온 많은 아이디어가 반영돼 있다. 이 법에 따라 일산뿐 아니라 화정, 능곡 등 노후택지단지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이들 지역의 재건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도시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에 만전을 기해왔다. 고양시는 1기 신도시 정비를 선도하는 모델이 되고자 ‘일산신도시 사전컨설팅 용역’을 진행하고, ‘재건축학교’를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앞으로는 덕양 지역까지 사전컨설팅 예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에서도 밝혔듯이 고양시는 도시 정비에 드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자 한다.”

김 원장_ “1기 신도시와 달리 현재 추진 중인 창릉 등 3기 신도시는 스마트 시티로 건설된다. 단순히 주거의 개념을 초월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도시가 등장한다. 요즘 ‘N분 도시’가 세계적 추세다. ‘N분 도시’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에 N분 내에 닿을 수 있는 도시를 일컫는다. 파리의 15분 도시, 싱가포르의 30분 도시처럼 고양시도 시민들이 3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주거·교육·문화·환경 인프라를 갖추고자 한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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