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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독일의 사운드로 베토벤을 불러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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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닉(음악감독 사이먼 래틀.1882~),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음악감독 마렉 야노브스키.1923~),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음악감독 켄트 나가노.1946~), 베를린심포니(음악감독 엘리아후 인발.1952~), 베를리너 신포니커(음악감독 리오 삼바달.1966~)….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교향악단을 창단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이밖에도 오페라극장 소속으로 틈틈이 콘서트 무대에도 서고 있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1746~).베를린 도이체 오퍼 오케스트라(음악감독 크리스티안 틸레만.1912~)까지 보태면 일곱 개가 넘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옛 동.서 베를린에서 활동 중이던 오케스트라들이 그대로 남아 전통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창단 8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 첫 내한공연을 하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RSB)은 옛 동베를린에서 활동해온 독일 최고(最古)의 방송교향악단이다. RSB 단원의 평균 연령은 41세. 1백3명의 단원 중 여성이 26명(25%)에 불과하다. 오이겐 요훔.세르지우 첼리비다케.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 등이 음악감독으로 거쳐간 RSB는 20세기 초 전설적인 거장들이 활동하던 시절의 옛 '독일 사운드'를 간직하고 있다.

RSB는 통독 이후 서베를린 출신 RIAS(미군방송)교향악단에서 이름을 바꾼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베를린 방송합창단과 함께 독일 국영방송국인 도이칠란트라디오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주무대는 옛 동베를린에 위치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www.konzerthaus.de)다. 올해 RSB의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보면 45회의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모두 1백28곡. 그중 80곡이 20세기 이후에 작곡된 음악이며 세계 초연곡도 한곡 포함돼 있다.

이번 공연은 2002년 RSB의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에 취임한 마렉 야노브스키(64)의 첫 내한 무대. 폴란드 태생으로 쾰른 국립음대에서 볼프강 자발리슈(80)를 사사했다. 그는 철저한 리허설과 엄격한 훈련을 강조하는 카리스마형 지휘자의 마지막 세대. 바그너.R 슈트라우스.브루크너 등 독일 레퍼토리의 해석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들려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은 지난달 내한 독주회를 한 피아니스트 게르하르트 오피츠와 RSB의 협연으로 RCA 레이블(1997년)에서 녹음한 바 있다.

야노브스키는 1984~2000년 현재 정명훈씨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맡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발전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오케스트라는 RSB를 포함해 모두 3개나 된다. 최근 유럽 음악계에서의 인기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공연메모=26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밤'으로 꾸몄다. 바그너는 베토벤을 가리켜 '신(神)들과 씨름하는 거인'이라고 말했다.'에그몬트 서곡'에 이어 피아노 협주곡 제5번'황제', 교향곡 제6번'전원'등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김대진(41.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협연한다. '전원교향곡'은 베토벤의 자연 사랑을 노래한, 표제음악의 효시다. 02-599-574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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