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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교황의 동성애자 축복을 비난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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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들을 축복한다고 하자 사방에서 비난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에이즈가 퍼지길 바라는 것이냐, 비윤리적인 관계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냐 하는 비난부터 시작하여 교황 개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일단 교황이 축복을 한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교황이 동성애자들을 축복한다는 것은 결혼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교황의 축복은 동성애자들이 가진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는 의미이다. 동성애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혐오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서 이들은 그늘진 곳에서 산다. 마치 예수 당대 나환자들처럼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 그 시대의 나환자들은 자신이나 조상이 지은 죄로 인하여 병에 걸린 것이라는 사회적 가스라이팅을 당해야 했다. 그래서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격리되어야 하는 대상, 사회를 오염시키는 부류, 혐오의 대상으로 살아야 했다. 그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다가가 치유를 해준 것이 예수 그리스도이다.

축복은 소외된 자 어루만지기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표출은
약자에 돌 던지는 비겁한 행위
혐오 이전에 그들을 이해해야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당신에게 해준 것이라고 하였다. 보잘것없는 사람이란 물질적으로 궁핍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궁핍한 사람들도 포함된 말이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사제들을 목자, 신자들을 양이라고 한다. 즉 사목이란 신자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한을 풀어주며 그들을 돌보는 일이다. 동성애자들도 사제들이 돌봐야 할 양들이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당해 심리적으로 궁핍하기에 예수 그리스도가 그러하셨듯이 제자인 교황이 복음 정신을 실천하였을 뿐이다.

동성애자 혐오의 심리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에게 혐오감을 갖고 교황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방어기제 중 부정적 투사(投射)를 하는 것이다. ‘투사’란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진 것으로 여기는 심리적 방어기제이다. 부정적 투사란 자신 안의 부정적인 요소가 타인에게 있다고 여기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심리적으로 동성애적인 경향이 있는 사람이 자신 안의 그런 성향을 혐오하고 부정하면서 타인의 동성애적 성향에 대해 심한 혐오감을 갖고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다는 해석이 있다.

두 번째, 자신이 선민이란 자의식이다. 예수 당대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잔인할 정도로 압박감을 주었다. 이런 짓을 한 근거는 자신들이 선택된 사람들인 바리사이, 즉 선민이라는 병적인 우월감과 자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선민의식이란 자신은 거룩한 사람이고 천한 것들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류계급이란 우월감이 넘치도록 팽창한 상태이다. 이들은 자신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동성애자들을 자신들처럼 정상적인 정신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라 여기고 혐오하는 데로 이어진다.

세 번째,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동성애자들은 자신이 동성애자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아니고, 성향이 그러한 것뿐이다. 그런데 항상 남들과 다르게 여겨지기 때문에 한이 많다. 그런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건만, 공감은커녕 돌을 던지는 자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인데, 이 능력이 부족하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표출이 약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한 행위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들 동성애자 혐오론자들이 권력자가 연루된 거대한 사회적 사건 앞에서는 얼마나 용감하게 목소리를 냈는지 궁금하다. 힘없는 사람들 앞에서나 정의의 사도인 양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돌을 던지는 건 아닌가.

혐오는 내 마음의 문제 드러내는 것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는 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하나 주고 싶다. 성경에서 예수는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는 자들에게 “너희 중 죄 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하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돌을 내려놓고 물러섰다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스스로 아무런 허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동성애자들에게 돌을 던지라고. 그런데 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본인이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동성애자들은 타인이 아니다. 그들은 내 가족일 수도 있다. 혐오하기 이전에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 성숙한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누군가를 혐오하는 문제는 우리 마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게 해준다. 내가 갖는 혐오감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하면 바로 내가 사회 오염의 주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