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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제자 자유(子游, 본명 언偃)가 무성(武城)의 읍재(邑宰)가 되었을 때, 공자가 “인물을 얻었느냐?”하고 물었다. 자유는 “‘담대멸명’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지름길로 가지 않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 언(偃)의 집무실에 온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조급하지 않아야 지름길을 안 가고, 아부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사적인 방문을 안 한다. 자유는 담대멸명을 그런 인물로 여겼기에 공자에게 서슴없이 소개한 것이다.

嘗: 일찍이 상, 偃: 누눌 언.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 언(偃)의 집무실에 온 적이 없습니다. 31x69㎝.

嘗: 일찍이 상, 偃: 누눌 언.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 언(偃)의 집무실에 온 적이 없습니다. 31x69㎝.

지름길을 택하지 않기도 어렵지만, 권력자를 향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는 아부와 청탁이 상례인 세상에서 사적 방문을 안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사적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부정청탁의 대가인 뇌물은 상습적으로 받다보면 나중에는 무엇을 얼마나 받았는지 짐작조차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당나라 때 원재(元載)라는 사람은 뇌물로 받은 후추가 800섬이나 되었다고 한다. 후추 800섬을 어느 세월에 다 먹으려했던 것인지 참 우매한 인간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둔 지금, ‘사적 방문’을 일삼는 사람부터 과감하게 솎아내는 ‘윗선’의 청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받지 않으면 오히려 두려워서 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뇌물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