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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AI반도체’가 한국 제조업 신성장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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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용석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 고문

김용석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 고문

기술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 세상 변화의 중심에는 늘 기술이 있다. 특히 전기·전자 분야 기술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아날로그보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는 세상을 더 크게 바꿔 놓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세계 가전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 소니는 늘 세계 최초의 고가 오디오·TV·컴퓨터 등으로 아날로그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소니는 1955년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었다. 1960년에는 흑백 트랜지스터 TV, 1969년엔 컬러TV인 트리니트론을 출시했다. 그렇지만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아날로그 기술은 이미 핵심기술이 아니었다. 디지털TV 시대가 되면서 삼성·LG가 먼저 치고 나갔고, 삼성은 소니 아성을 무너뜨리고 2007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CES 2024’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
AI반도체, 한국 중추산업과 직결
정부·기업·대학이 총력 기울여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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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반도체 칩 제조사와 PC·스마트폰 제조사들도 AI를 활용한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선언하며 AI 기반 신제품을 전시했다.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면서 모든 산업의 디지털화가 진행됐듯 AI 기술이 모든 산업에 확산하는 조짐이 감지됐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AI 기술은 1960년대 이후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야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학습에 필요한 계산량이 엄청나다는 이유로 현실성 없는 기술로 인식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딥 러닝’ 학습 알고리즘 개발과 함께 그래픽 전용 처리장치인 GPU 시스템 반도체가 선보였다. 메모리 용량 증가가 학습에 필요한 많은 계산량을 전담하면서 딥 러닝 기반 AI 기술이 사업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반도체 기술 덕분에 학습과 추론의 두 단계에서 복잡한 연산이 가능해지면서 생긴 변화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추론한 결과를 도출한다. AI 학습 데이터를 단시간에 받아들이고 처리 연산에 최적화된 역할을 하는 것이 AI 반도체다. AI 반도체는 데이터 센터 등 고성능 서버에 활용 가능한 AI 반도체와 단말기에 쓰이는 엣지용(온 디바이스) AI 반도체로 구분할 수 있다

챗GPT 열풍으로 딥 러닝 기반 클라우드 서버 중심의 고성능 GPU 반도체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글로벌 GPU 시장의 약 90%를 미국 엔비디아가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 또한 맞춤형 HBM(High Bandwidth Memory) 메모리가 사용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엣지용 AI 반도체는 응용하기에 따라 수많은 제품에 활용된다. 스마트폰에는 2017년부터 활용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인 응용프로세서(AP)에는 NPU(Neural Processing Unit)라는 AI 코어가 들어 있어서 스마트폰 화질 개선, 음성 인식, 통역과 번역 서비스에 활용된다. AI 기능 탑재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PC·가전·자동차·보안·헬스케어 등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이 예상된다.

AI를 활용해 많은 제품을 만들려면 AI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AI는 사물인터넷(IoT)과 5, 6세대 네트워크 기술에 더해져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많은 미래 먹거리도 만들어 낼 것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 중추 산업들이다.

삼성·LG가 디지털 TV 시대로 넘어오면서 소니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반도체 자체 개발 능력에 기인한다. 디지털TV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제품의 경쟁력을 키웠다. “제품(세트) 경쟁력은 시스템반도체에서 온다”는 말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AI 반도체 중심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시의적절했다. 세계 시장의 1% 수준인 한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Fabless)’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터닝포인트가 돼야 한다.

바야흐로 AI 시대가 개화하고 있다. AI 시장은 아직 지배적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초기 단계이니 정부·기업·대학이 총력을 기울이면 신 제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석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