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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이라 말릭의 마켓 나우

한동안 계속될 고금리 상황에 대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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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

사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

금리의 롤러코스터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과 싸워온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놀이공원 안전요원을 연상케 한다. 안전벨트를 조여주고 레버를 당겨 경제가 새로운 차원의 통화정책 궤도를 달리도록 했다. 그 결과 금리 변동 폭이 커졌고 투자자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가파른 상승과 급격한 하락은 롤러코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10년물 수익률은 2022년 초 2% 미만에서 2022년 말 3.9%로 상승했다. 지난해 10월에는 5%에 육박하는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다 연말에는 다시 3.9%로 떨어졌다. 대다수 투자자는 현기증 나는 고점에서 내려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지만 금리 롤러코스터는 계속 달리는 중이다.

[일러스트=김지윤]

[일러스트=김지윤]

올해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은 큰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 금융시장 최대의 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2023년 마지막 달 주식·채권 시장에 광범위한 랠리가 등장했다. 이는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오간 얘기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해 금리 고점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12월 FOMC 회의록에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여전히 데이터에 의존적 입장을 취하고 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연준이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긴축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은 금리를 너무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제는 고금리 속에서도 지속적인 회복력을 보여왔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축 기조가 곧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연준은 중기적으로 1970년대에 벌어졌던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는 악몽을 피하려 할 것이다. 즉 실질 금리는 현 수준 유지 가능성이 높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민하는 투자자는 금리가 계속 높게 유지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 좋다.

고금리 상태가 더 오래 지속하면 ‘이제 그만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고 싶어요’라고 외치고 싶은 투자자들이 생겨날 거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계속 타고 있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본다. 듀레이션이 보다 긴 지방채 비중을 늘리는 것도 좋다고 판단한다. 지방채는 펀더멘털이 탄탄한 데다 수급 여건도 양호하다. 2024년 지방채 발행량은 2023년 침체됐던 수준과 비슷할 거다. 또, 연초에는 신규 발행 물량도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연준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기 전에 여전히 매력적인 수익률을 얻으려고 지방채 비중을 늘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방채 수요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