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산망」입력 자료 활용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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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의료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대처하고 효과적인 국민보건관리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보건의료 전산화 작업(일명 국민복지전산망)이 몇몇 시범지역에 대한 기초 조사결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지역보건의료 정보망의 개발 및 확대」라는 주제로 연세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서울대의대 김명기 교수(의료관리학)는 최근 1년간 경기 연천군에서 시범적으로 의료전산망을 구성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보건소종사자의 전산문맹 ▲수작업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는 업무량 ▲입력자료에 대한 활용 미흡 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각 시범 지역을 맡고있는 대학간의 충분한 정보 교류가 미흡해 바람직한 전산망 구성에 장애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 의대 최신수 교수(예방의학)는 지난 83년부터 시작한 전남 곡성지역에 대한 전산망 구성사업 결과 ▲사업단 인적구성상의 한계 등으로 작업이 개혁적이기보다는 개량적으로 이뤄지고 ▲중앙정부의 편의 위주 행정으로 지역보건소 종사자의 업무가 과다하며 ▲목표량 달성만을 중시하는 정부의 태도가 실제 말단에서의 보건 사업을 비현실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이러한 현실을 감안, 전시 위주 보건 의료 체계보다는 일선 보건 인력의 현장 의견 반영과 이들에 대한 교육 등이 선결되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림대 자연대 이영조 교수(통계학)는 『각 대학 혹은 단체가 개발중인 정보 시스팀은 한두군데의 보건소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규모로 채택된다는 점을 고려, 배우기 쉽고 사용이 간단하며 작업처리 속도 등이 빠른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이와 관련, 『좋은 정보 시스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대학이 과감하게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이 프로그램에 대한 타 대학이나 기관의 비관·개선책 등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현행 연구 형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지난 84년부터 추진한 주민등록 전산화 작업이 최근에야 종료 단계인 점을 들어『이들 작업보다 훨씬 복잡한 의료 전산화 작업을 조기에 완성하려고 서두르는 당국의 태도는 자칫 전산망을 부실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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