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5년 전통 설렁탕 맛집…진한 육향에 질 좋은 수육이 일품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74호 26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사진 1

국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지역마다 다양하게 발달해왔으며 그중 설렁탕은 서울의 명물 국밥이다. 설렁탕의 유래에 대해서는 국물이 하얗고 진하다 해서 설농탕(雪濃湯)이라 했다는 설, 조선시대 국왕이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先農祭) 후 소를 잡아 끓여 백성들을 고루 나누어 먹게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 등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다.

설렁탕은 고기·사골·내장·머리 등 소의 여러 부위를 함께 넣고 오랜 시간 고아내서 만드는 탕국류 음식이다. 뚝배기에 흰밥과 국수 사리를 담고 미리 국물에서 건져 썰어놓은 편육을 얹은 다음 뜨거운 국물로 토렴해서 내놓는다.

큰 무쇠 솥에서 오랜 시간 끓여야 하므로 집에서 조리하기가 쉽지 않고, 바깥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가 높은 음식이어서 전문식당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특히 오가는 사람들과 바쁜 가운데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인들이 많은 시장이 중심이 됐다. 한양 관문의 남대문시장, 땔감과 나무시장이 있던 인사동, 전국의 배가 드나들던 한강 나루터 마포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저마다 특유한 맛을 자랑하는 노포들이 여러 곳에 있지만 오늘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자리 잡은 ‘마포옥(사진1)’을 소개한다. 마포는 전국의 배가 드나들던 나루터로 육상·해상교통을 잇는 물류중심지였다. 그래서 바쁜 사람들의 끼니를 위한 설렁탕이 일찍이 발달했다. 마포옥은 1949년 현재 위치에서 개업해 3대를 잇고 있는 75년 전통의 식당이다. 설렁탕 장사로 4층 건물을 올렸다 하며 가게 벽에는 3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다.

사진 2

사진 2

메뉴는 기본 양지탕(사진2)(1만8000원), 고기부위가 다양한 명품 양지탕(2만3000원), 차돌수육이 가득한 차돌탕(2만9000원) 등. 한우 등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쓰고 있어 가격대가 다소 높다. 양지탕은 뚝배기에 푸짐한 수육고기와 밥·소면을 담아 양지머리와 차돌박이, 사골로 고아낸 국물로 토렴해서 나온다. 진한 육향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하고 뽀얀 국물에 질 좋은 수육도 듬뿍 넣어준다. 탕이 나올 때 아줌마가 파를 따로 넣어준다. 잘 고아 만든 귀한 국물이지만 아낌없이 리필도 해준다.

테이블에는 슴슴한 김치와 깍두기가 있고, 신김치와 파김치는 별도로 달라는 손님에게만 제공한다. 파김치가 이집 설렁탕과 특히 잘 어울린다. 깍두기 국물을 따로 시켜서 탕에 넣어 먹으면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차돌탕은 하루 수십 그릇 한정이다. 추운 날 구수하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한 끼 식사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게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