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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一簞食一瓢飮(일단사일표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평소 특별히 아꼈던 제자 안회를 이렇게 칭찬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가난한 마을에 살면서 바구니 밥과 표주박 물로 살아가는 삶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데, 안회는 오히려 그런 생활을 즐기고 있으니 현명하구나, 안회여!”

극찬이다. 여기서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함을 편히 여기며 도를 즐기다)를 상징하는 ‘단사표음(簞食瓢飮)’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여 호의호식을 못하는데 그런 생활이 즐거울 게 뭐냐?”고 반문할 것이다.

簞: 도시락 단, 食: 밥 사, 瓢: 표주박 표, 飮: 마실 음. 한 바구니의 밥, 한 표주박의 물. 24x73㎝.

簞: 도시락 단, 食: 밥 사, 瓢: 표주박 표, 飮: 마실 음. 한 바구니의 밥, 한 표주박의 물. 24x73㎝.

그렇다면, 늘 호의호식하는 부자는 항상 즐겁고 행복할까? 아닐 것이다. 호의호식 뒤에 어떤 불행이 감춰져 있을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사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철 맞춰 입을 수 있는 옷 몇 벌과, 몸을 뉠 수 있는 잠자리와, 가족이 오순도순 함께 할 수 있는 평범한 밥상이면 행복은 이미 그 안에 와 있다. 그럼에도, 부자와 비교되는 상대적 빈곤감에 빠져 이미 다가와 있는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불만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단사표음(簞食瓢飮)’으로도 만끽할 수 있는 ‘자행복(自幸福)’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천만금이 있어도 항상 허덕이며 불행하다.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것….”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