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와인 바 안주가 수조 속 해산물…동아시아 향신료가 풍미 더하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3호 26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사진 1

“몇 명이시죠?”

문을 열자마자 사장님의 낭낭한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수조가 보인다. 어둑한 와인 바에 횟집에서나 볼 법한 형광등 불빛의 수조가?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언더바 키(사진1)’에선 생선·가리비·대게 등 살아있는 해산물을 손님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수조에 보관하고, 요리할 때마다 바로바로 꺼내 쓴다.

이곳의 공동대표 이지석 셰프는 “해산물집이라는 걸 보여주기에 수조만큼 직관적인 건 없다”고 한다. 미국, 호주, 홍콩 등지에서 일했던 그는 마지막 도시였던 홍콩에서의 경험을 살려 재료의 맛을 눈으로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 2

사진 2

이 셰프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널리 쓰는 향신료로 요리한다. 찐 가리비 위에 각종 말린 해산물을 볶아 만든 홍콩식 XO소스를 올리고 아래에는 얇은 태국 녹두 당면을 함께 내는 가리비찜(사진2), 2~3일 숙성한 우럭을 찌고 생강채·파채 그리고 직접 만든 간장 소스를 끼얹은 우럭찜이 특히 인기다. 태국 향신료를 사용해 세비체도 만들고, 돌문어를 넣은 춘권도 튀겨낸다. 계절 별로 방어·줄전갱이·꽃게·죽합·왕우럭·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을 쓴다. 가리비찜은 개당 8000원, 2~3명이 나눠 먹을 수 있는 통우럭찜은 4만9000원이다.

다음 달로 예정된 리모델링을 마치면 소금과 매운 고추를 더한 오징어 튀김이나, 건 고추와 산초 알갱이를 튀긴 마늘과 볶아서 내는 게 요리 등 조금 더 매콤한 요리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조금 더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은 방으로, 조금 더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은 바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도 바꾼다. 다음 달에 만 2년째 영업을 앞두고 있는 이곳의 단골에게도 변화하는 식당을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 오기 위한 노력이다. 와인에 집중했던 주류도 더 변화를 줄 예정이다.

이미 두 달 전부터, 점심시간에 딤섬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아시아 음식을 선보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샤오롱바오, 하가우, 시우마이, 사천식 완탕 등과 함께 저녁에 판매하는 몇 가지 메뉴를 같이 낸다. 젊은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짧은 동영상인 쇼츠를 제작하는 등 온라인 미디어도 적극 활용한다.

“특정 나라나 문화권이 연상되는 인테리어를 배제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공간에서 한국이든 홍콩이든 어딘가에서 한 번쯤 접한 듯한 맛을 조합해서 낸다”는 게 이 셰프의 목표다.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