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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훈의 과학 산책

수학자가 되고 싶다는 J에게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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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꿈 많은 청소년인 J가 물어왔다. 수학자는 뭘 하는 사람인가요? 2600년 전 피타고라스는 우주에 수학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었단다. 지금처럼 매일 GPS를 쓰고 스마트폰으로 인공지능 앱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된 상황에선 당연한 얘기로 들리지만, 양 치고 별자리를 그리던 시절에는 혁명적인 사고였단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뉘는데, 우주에 숨어 있는 수학적 원리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추구하는 마테마티코이와 영감에 의존하여 진리에 다가가려던 아쿠스마테코이가 그들이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학자는 마테마테코이의 현재 명칭이란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수학자의 사명은 우주에 존재하는 공통의 수학적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하여 인류를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것이란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발견된 수학적 진리는 인류를 윤택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이끌어 왔지.

17세기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교수이던 뉴턴이 물리적 현상에 특화하여 근대 물리학을 수학에서 분가시켰고, 20세기 들어 수학자 튜링과 섀넌이 컴퓨터 과학을 탄생시켰지. 이렇듯 많은 학문의 원천이 수학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새로운 학문이 수학에서 잉태될 것이란다.

현재도 수학적 원리들은 인공지능이나 양자컴퓨터·정보통신 방면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지. 인간의 자유로운 사유가 가능한 이상 수학은 마르지 않는 원천으로 문명을 발전시킬 거란다.

안타깝게도 네가 접하는 학교 수학은 구시대 직업교육의 틀에서 이루어지느라 반복을 통해 틀리지 않는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 학교 수학은 진짜 수학자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만 기억해 두면 좋겠어.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는지 얘기해 보자.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