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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可使從政也與(가사종정야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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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노나라의 대부 계강자가 자로, 자공, 염유 등을 들어 그들이 정치를 할 만한 인물인지를 물었다. 이에, 공자는 세 제자가 각기 과단성이 있고, 사리에 밝으며, 다재다능하다면서 “그들이 정치를 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들 제자는 장점 이전에 기본적인 인격이 갖추어져 있었으므로 공자는 그처럼 자신 있게 반문을 한 것이다.

使:하여금 사, 從:따를 종, 政:정치 정. 정치를 하게 할 만하겠는가?. 23x73㎝.

使:하여금 사, 從:따를 종, 政:정치 정. 정치를 하게 할 만하겠는가?. 23x73㎝.

한자 ‘政(정사 정)’은「正(바를 정)+攵(칠 복)」으로 이루어진 글자로서 ‘치는(때리는=징벌하는)’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바로잡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治(다스릴 치)’는 ‘입(口=바른 말)으로써(以) 물길(氵=水)과 같은 순리를 말하여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정치(政治)’는 바른 말로 순리를 행하고 더러 징벌도 사용하여 만백성을 다스리는 행위이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만백성의 스승이 될 만한 인품을 갖추어야 한다. ‘내성외왕(內聖外王)’ 즉 ‘안으로 쌓은 성인의 인품과 덕이 밖으로 드러나면 곧 왕(지도자)이 되는 것’이니 정치인은 술수를 익히기에 앞서 인품 도야에 힘써야 한다.

2024년 총선이 눈앞이다. 공자가 자신 있게 “정치를 하게 할만하다”고 평한 제자들처럼 인격과 장점을 갖춰 진실로 ‘정치를 할만한’ 인재를 뽑아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