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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2030, 어깨 '악' 소리…오십견이 '삼십견'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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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늘은 절기상 가장 춥다고 하는 ‘소한(小寒)’이다. 이번 겨울 날씨는 평년보다 비교적 온화하다가도 갑작스럽게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등 유독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습적인 추위가 찾아오면 수도관이 동파하고,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난다. 우리 몸 또한 마찬가지인데, 계절적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찬 바람이 불면 우리는 몸을 자연스레 웅크리게 된다.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함이다. 추위로 신체가 경직되고 혈관도 수축하면서 혈액 순환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혈액에는 단순 영양분뿐만 아니라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물질들이 포함돼 있다.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액의 분비를 돕는 역할도 한다. 추운 날씨로 관절이 굳는 느낌이 들면서 뻣뻣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미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던 환자들은 통증이 심해져 일상 속 더욱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

관절이 굳어버리며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오십견’이 있다. 오십견의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오십견은 어깨관절에 위치한 관절낭이 두꺼워져 힘줄과 인대가 달라붙으며 시작된다. 유착이 심해짐에 따라 염증이 발생하게 되고 통증 또한 증가한다. 이에 어깨의 가동 범위도 팔을 올리기 힘들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특히 중장년층에게 오십견은 이름 그대로 50세 전후 발생하는 어깨관절 질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근데 사실 오십견은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다. 운동 부족 내지는 잘못된 자세, 무리한 어깨 관절 사용과 같은 근골격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문제라는 이야기다. 특히 오십견과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련성도 크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실제로 최근 영국 킬(Keele)대학교 의과대학 관절염 1차 진료센터의 브레트 다이어 교수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오십견 발생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3.6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는 혈액을 끈적하게 만든다. 이는 혈액 순환의 차질로 이어지며 곧 어깨 관절의 근육과 인대에 발생하는 염증 또한 악화시킬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오십견은 당뇨와 심장, 폐 질환과 관련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명시돼 있기도 하다.

당뇨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과 비만 등 여러 성인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대사증후군 환자도 오십견을 주의해야 한다. 미국 최고 의료기관으로 손꼽히는 메이요 클리닉에서도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이 있을 경우 오십견 위험이 큰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및 당뇨병을 비롯한 당대사 이상과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콜레스테롤 등 각종 성인병이 복부 비만과 함께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들이 더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름지고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 운동량 부족 등 생활패턴의 변화로 젊은 세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 당뇨·고혈압 환자가 중장년층보다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0·30세대 당뇨병 진료환자는 약 14만명으로 10년 전 8만명 수준에서 74%가량 늘었다. 고혈압 환자는 동기간 약 15만명에서 22만명으로 45%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50·60세대의 당뇨병, 고혈압 환자의 증가율이 각각 69%, 33%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젊은 오십견 환자의 발생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교롭게도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오십견으로 병원을 내원한 환자의 약 20%는 2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이 오십견의 위험요인 중 하나라는 연구 등을 고려했을 때 젊은이들도 오십견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적으로 질환이 너무 알려진 탓인지 종종 오십견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질환으로 치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오십견은 환자의 증세에 따라 심할 경우 5년까지 통증이 이어지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굳어버린 어깨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어깨 관절의 영구적인 변형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오십견이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치료와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시행해 오십견을 치료한다. 견우혈(肩
髃穴), 천종혈(天宗穴) 등 어깨 관련 주요 혈 자리에 침을 놓으면 주변 근육과 인대의 과도한 긴장이 풀리며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통증이 줄어든다.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염증 제거와 손상된 근육 회복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더해 환자의 체질에 맞춘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근육, 인대 강화와 증상 재발 방지에 도움을 준다.

거동 어려운 중증환자는 응급침술 필요

더불어 증세가 악화돼 어깨를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중증환자에게는 응급침술인 동작침법(MSAT)이 실시되기도 한다. 동작침법은 어깨 주요 혈 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한의사가 환자의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는 응급침술이다.

특히 동작침법과 한방통합치료가 병행될 경우 더욱 큰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 동작침법과 한방통합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의 어깨 가동 범위 개선 효과가 한방통합치료만 받은 환자에 비해 2배 이상 뛰어나다는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탐구(EXPLORE)’에 소개된 바 있다.

치료 외에도 오십견 증상을 완화·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노력이 중요하다. 우선 운동량이 부족하면 어깨 근육이 굳는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 춥다고 실내에서만 머물기보다는 햇살을 받을 수 있는 낮에 어깨를 풀어주면서 걷기 운동을 하거나 실내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는 등 겨울에도 어깨를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습관은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오십견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기 때문에 통증이 잦아들었더라도 완치까지 꾸준히 관리해야 함을 잊지 말자.

김상돈 해운대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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