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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로 12시간 끓인 맑은탕 육수…손맛 살아있는 황해도식 만둣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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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호 24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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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설날에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만둣국이나 떡국으로 이를 정월음식이라고 했다. 황해·평안·함경도 등 우리나라 북부에서는 만둣국을, 충청·전라·경상도 등 남부에서는 떡국을 설날 차례상에 올렸다. 만두는 중국에서 전해와 우리나라 북부지방에서 많이 먹었다 하나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계절에 상관없이 즐기는 우리 음식이 되었다. 필자는 어머니가 함경도 분이어서 어려서부터 만둣국에 입맛을 들였고, 명절이나 손님대접 또 가족이 오랜만에 모일 때는 식구들이 함께 만두를 빚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만둣국은 손이 많이 가는 정성스런 음식이다. 먼저 잘게 다진 김치와 숙주, 물기를 꽉 짜낸 후 으깬 두부, 다진 돼지고기, 마늘, 생강 등 양념을 더해 잘 섞어서 만두소를 만든다. 그 다음 만두피를 손바닥에 놓고 만두소를 얹어 모양 있게 만두를 빚는다. 마지막으로 소고기장국 또는 사골국물에 만두를 넣고 간을 해서 끓인 다음 그릇에 담아 고기 고명, 계란 지단, 실고추 등을 얹어 완성한다.

이처럼 예전에는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어 끓여 먹었으나 이제는 외식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고 이름난 맛집도 곳곳에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앞 골목길에는 ‘봉산옥(사진1)’이 자리 잡고 있다. 황해도식 만둣국의 손맛을 자랑하는 곳이다. 사장이 손맛을 전수 받은 시어머니의 고향이 황해도 봉산군의 군청소재지 사리원이어서 상호 명을 지었다고 한다. 봉산은 황해도 북부에 위치한 내륙지역으로 대동여지도를 펴낸 김정호와 한글학자 주시경의 고향이며 봉산탈춤의 고장이기도 하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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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대표메뉴는 ‘봉산만둣국(13,000원·사진2)’이다. 육수는 양지로 12시간 끓여내는 맑은 탕으로 여느 가게의 만둣국 육수와는 다르다. 약간의 매운맛이 더해져 담백하고 시원한 맛으로 숟가락이 절로 가게 된다. 이북식으로 큼지막하게 빚어낸 만두는 피가 약간 두꺼운 듯 해도 절인 배추와 숙주로 맛을 낸 만두소와 잘 어우러진다. 고명은 잘게 찢은 양지 살에 고춧가루를 버무려 파와 함께 올린다. 만둣국에 밥 말아 무말랭이·깻잎·김 등을 반찬삼아 먹어도 좋다. 여럿이 가면 만두전골을 시켜 만두·떡·면 사리 등을 추가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만둣국 외에 시원한 김치말이국수도 입맛을 돋우는 메뉴다. 오징어에 만두소를 꽉 채워서 삶은 다음, 팬에 노릇하게 구워서 내놓는 오징어순대는 명태회무침과 곁들여 나오는데 찾는 손님이 많다.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야하고 재료소진 시 일찍 마감한다. 예술의전당 길 건너여서 공연관람 때 들리는 이들이 많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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