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히스(Heath)가 대표적인데, 과학적 이름은 에리카(Erica sp.)이다. 사람 무릎 정도까지 수북하게 자라는 관목이다. 11월에 종 모양의 분홍·흰색 꽃을 피운 후 봄까지 버티는데, ‘겨울정원’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식물이다.
겨울정원이란 개념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식물원에서 1990년대 말에 선보인 후, 정원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상록의 잎을 지닌 침엽수, 가지에 특별한 색을 지닌 나무(말채나무·버드나무·벚나무 일부 종), 꽃을 피우는 히스 등을 이용해 만든다. 국내 일부 수목원에서도 이 겨울정원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겨울정원의 핵심 식물인 히스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원예종은 웨일스의 원예가 아서 존슨(1873∼1942)이 만든 품종(Erica×darleyensis ‘Arthur Johnson’)이다. 10년 공을 들여 만들어낸 이 식물은 꽃이 유난히 탐스러워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우리나라에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선 쉽게 구할 수 없다. 이 식물을 수입하는 업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원리는 간단하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없다.
얼마 전 한 상업 공간에 식물을 심으러 갔다. 한참 튤립 알뿌리를 심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가다 한마디 한다. “그거 몇 알만 주면 안 되나요?” 안 된다고 하니 “나중에 내가 캐 가면 되지 뭐!” 쏘아붙이고 가버렸다.
그뿐만 아니다. 카페를 하는 어느 사장님은 바깥 화단에 예쁜 꽃을 심어놓으면 전부 캐가서 아예 심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산과 들에서 캐고, 옆집에서 좀 많다 싶으면 캐어 나눠주는 문화 탓이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정원문화는 식물을 사고, 소비해주는 문화에서 생긴다. 정원에 심을 식물은 반드시 사주어야 하고 그래야 더 많은 식물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