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DNA변형시켜 암 발생 높인다.-서울대 정명희교수 일 국립 암연구소와 공동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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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흡연이 인체 유전물질인 DNA의 변형을 초래,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흡연이 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가설이나 통계자료 등은 많이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인체실험을 통해 염색체의 이상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서울대의대 정명희교수(약리학)는 최근 일본 국립 암 연구소와의 공동연구에서 흡연으로 인한 DNA 손상을 관찰했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정교수 팀이 시험 대상으로 삼은 물질은 담배를 태울 때 생성되는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와 산소 유리기. 이들 두 물질은 담배연기와 타르 성분에 들어있는 것이다.
정교수 팀은 20∼22세의 건강한 남자 1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하기 전후에 담배를 피우게 함으로써 DNA의 손상을 비교했다.
모든 암은 DNA의 이상에서 시작되는데 DNA는 A·T·G·C라는 4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다. 정교수가 이중 변화를 관찰한 것은 G(구아닌).
자원 피실험자 10명에게 실험시작 10분전에 담배를 피우지 않은 상태에서 5㎖의 피를 채취하고, 담배를 피운 지 10분 후에 다시 5㎖의 피를 채취했다.
10분 동안 2개비의 담배를 피우게 한 이 실험결과 핏속의 백혈구 세포에서 DNA의 뚜렷한 변화가 관찰됐다. 즉 DNA의 염기 중 G의 변형률이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관찰됐다.
정교수는 『인체가 정상일 때도 G는 변형을 보인다. 그러나 담배를 피운 후 10분만에 그것도 두 배 가량 변형률이 늘어난 것은 담배 중 활성산소 물질이 DNA에 분명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결과에 의하면 정상일 때 10만 개당 3.3개의 변형을 보인 G염기가 흡연 후에는 최고 7. 6개만지 변형됐다는 것. 활성 산소가 이 같은 기전을 보이는 것은 정상적인 G염기의 취약 부분을 산화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들여 마신 산소의 약2%는 과산화수소와 산소유리기와 같은 활성산소로 변한다. 이들 활성산소는 염색체는 물론 인체의 기타 조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산화력이 매우 강력한 물질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활성산소가 바로 사람이 노화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활성산소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활성산소는 인체에 존재하는 특별한 효소에 의해 일반 산소나 물로 바뀐다.
정교수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염색체의 돌연변이가 뚜렷이 증가하는 것은 의미 있는 관찰이나 아직 이 정도의 돌연변이 증가로 암 발생을 설명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한다.
즉 인체에는 활성산소를 무해한 물질로 바꿔줄 수 있는 효소도 존재함은 물론 변형된 DNA를 올바르게 잡아주는 효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복효소라 불리는 이들 효소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흡연으로 인한 돌연변이 율이 높은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흡연으로 생긴 활성산소가 끊임없이 DNA에 손상을 주고 이 때문에 흡연자가 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높다는 것』이라고 정교수는 설명한다. <김창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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