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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특별인터뷰 |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진심 담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방시대’의 키맨,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

“달빛철도 등 지역 SOC 건설, 선심성 사업으로만 볼 것 아냐”
“수도권과 지방 메가시티 조성 관련해 정부 차원 연구 진행 중”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는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과 기회가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지방은 경제 기반과 생활 여건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는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과 기회가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지방은 경제 기반과 생활 여건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중요한 것은 인구 감소 지역에서 주민 의식이 줄어들고 포기감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마음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의 로컬 저널리스트 다나카 데루미는 저서[인구의 진화]에서 지역의 쇠퇴와 위축 경로를 이렇게 진단했다. 나아가 그는 “지역은 곧바로 소멸하지 않는다”면서 “지역을 포기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만이 지역 쇠퇴이고 소멸”이라고 경고 했다.

대한민국도 인구 절벽, 지역 소멸의 위기를 말한다. 이미 국토 면적의 10% 남짓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산다. 분산의 관점에서는 대한민국 국토의 대부분은 방치되거나 낭비되고 있다. 수도권 1극 체제는 누가 봐도 기형적이다. 그래서 지방의 권한을 키워 중앙과 경쟁이 가능한 구도를 만들자는 여론이 퍼진다.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6대 국정 목표의 하나로 설정한 것도 이런 현실의 반(反)작용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 9월 조직 개편을 통해 아예 ‘지방시대’ 업무를 전담하는 차관보직을 신설했다. 지방시대, 자치분권, 지역균형발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행안부는 설명한다.

김민재(52) 신임 행정안전부 차관보는 ‘지방시대’ 국정 목표를 실행에 옮기는 실무 최고 책임자의 한 사람이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김 차관보는 행정안전부에서 의전관, 지방행정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신설된 차관보에 오른 지방 행정 정책통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메가시티, 달빛내륙철도, 특별자치도 출범 등 지역균형발전 어젠다가 국정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지역 소멸, 인구 감소의 압력이 대한민국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월간중앙은 12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차관보와 만나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먼저 행정안전부가 조직 개편을 거치면서 차관보를 신설했다. 그 의미와 직무를 설명해 달라.

“차관보 신설은 무엇보다 목표가 뚜렷하다. 지방시대를 더 책임감을 갖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조치다. 행정 시스템도 과거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금은 협의와 소통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어진 역할에서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직무를 개략적으로 말한다면 차관보는 지방행정·자치분권·균형발전 지원에 관한 사항에서 장관 및 차관을 보좌하게 된다.”

“‘지방시대’ 정책은 인구 절벽의 해법”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의 본질은 뭔가?

“‘지방시대’란 대한민국 국민이면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시대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이며, 인구 절벽의 해법이기도 하다.”

경제성에 치우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방법론이 지역 SOC 건설 등 지방 회생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시대를 열자면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

“저는 예비타당성조사에 대한 디테일까지는 모르지만,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으로 예산과 재정 업무를 봤던 경험에 견줘 기본적인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다. 예타 제도는 필요한 제도이다. 국고가 지원되는 사업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런 공공자금은 특정 권력자나 정치인의 의지와 선의에 따라 지출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 재정 사업은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집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렇게만 가다 보면 모든 사업은 수도권에서만 가능해진다. 비수도권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나오는 사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타에 반영되는 지역균형발전 비율의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내륙철도를 놓고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지방시대 업무를 책임진 행안부 차관보의 입장은 뭔가?

“달빛철도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사례를 돌이켜보자. 당시 강원도민의 열망을 발판으로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지만, 왜 강원도 오지에 올림픽을 열며, 그 많은 예산을 투자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과 강릉을 연결하는 KTX 경강선이 놓이고, 서울과 양양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 교통 인프라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때도 SOC 건설에 B/C가 다 잘 나온 건 아니었다. 저는 지역의 SOC 사업을 무조건 선심성 사업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달빛철도 역시 영·호남 통합의 상징성, 지역의 사정 등을 면밀하게 살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수도권 메가시티, 지방의 메가시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궁금하다.

“전 세계적 트렌드가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하는 초광역 발전 전략을 추구한다.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행정안전부도 기본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지원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또 (영남은) 부산을 중심으로 메가시티 논의가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게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부분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관련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인구 감소가 대한민국의 존립을 흔들 것이라는 경고도 있던데.

“2021년부터 국가 총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수도권 집중 현상과 맞물려 인구 감소 충격은 지방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9년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고, 인구 감소 지역 89개 중 85개가 비수도권에 자리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과 기회가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인재를 잃은 지방은 또다시 경제 기반과 생활 여건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의 85%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맥도날드 매장이 서울에는 96개 있으나, 강원·충북·전남·제주는 한 자릿수에 머문다.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공정과 상식의 지방시대’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 지역 ‘생활인구’ 본격 산정

2023년 2월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 / 사진:대통령실

2023년 2월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 / 사진:대통령실

실행 방법론을 더 구체적이고 세련되게 다듬어야 하지 않나?

“지방시대의 특징은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발전전략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지자체가 각 지방의 특성에 맞게 기업 이전 여건을 조성하거나, 관광·문화·예술의 메카가 되는 입체적 균형발전을 실현토록 하는 데 초점이 가 있다. 중앙정부는 행정·재정 권한을 이양하여 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중앙의 각종 정책에 ‘지방시대’의 가치가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참이다.”

대표적인 정책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지역 핵심 사업을 지원하는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한다. 주거·문화·복지시설 등을 한곳에 짓는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에도 국토부 등 7개 부처가 힘을 모으게 될 것이다. 지역경제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고향사랑기부제’도 더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고자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구감소지역에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각종 특례(현재 36개)를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거주 목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사람에게 공유지 우선 매각을 허용하는 식이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도 걱정이다.

“행안부장관께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장관께서 성일하이텍(군산), 현대엘리베이터(충주) 등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전한 기업들을 찾아 청년이 거주할 수 있는 여건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세부적으로는 청년마을 조성, 생활권 단위 로컬 브랜딩 사업 활성화 등 청년의 지역 정착에 필요한 환경 연구와 조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결국 일자리가 관건 아닐까?

“그렇다. 맞춤형 입지 공급, 재정·세제 혜택, 교육 등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지렛대로 삼아 기업의 지방 이전과 청년 창업을 지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2024년 들어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연계된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통해 대규모 사업 투자 유치도 유도하게 된다. 청년들이 살 만하고, 정착하는 데 필요한 여건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참이다. 빈집과 유휴 공간을 정비해 스마트 빌리지, 디지털 오피스 등 공용시설 및 청년 정착거점으로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2024년부터는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9개의 ‘생활인구’를 본격 산정한다고 알려졌다. 생활인구가 무엇이며, 이의 도입으로 얻는 효과는 어떤 게 있나?

“생활인구란 꼭 그 지역에 정주하진 않아도 지역에 일시적으로 머물며 소비하는 인구를 말한다. 행안부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뿐 아니라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체류하는 사람까지 인구 개념에 포함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즉, 주민등록인구에 체류 인구,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체류 인구의 기준은 지역에 월 1회, 3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으로 잡고 있다. 생활인구가 산정되면 성별·연령별·체류 기간별 특성 분석을 통해 지역 맞춤형 정책 추진이 가능해지며, 장기적으로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창업, 신산업 육성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가장 대표적 소통 창구”

11월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1월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국무위원, 광역지자체장들이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2023년에 총 3회 열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가장 활성화한 협의체라는 느낌을 주더라.

“윤석열 정부는 중앙과 지방의 소통과 협력을 제도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지방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과 지방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일명 제2국무회의라고도 불리며, 현재 가장 대표적인 중앙과 지방의 소통창구이기도 하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 지자체가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지방분권, 균형발전에도 효과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했고, 2024년 1월엔 전북도가 특별자치도로 옷을 갈아입는다. 특별자치도에 주어지는 ‘특별함’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강원과 전북은 각각 ‘특별자치도 설치 법률’이 제정되면서 일반 시·도와 차별화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각종 특례를 부여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췄다. 강원특별자치도에는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라는 비전 아래 군사·산림·농업·환경 등 4대 분야에 대한 특례가 주어진다. 이를테면 강원도지사는 미활용 군용지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산림이용진흥 지구·농촌활력촉진 지구 지정 권한을 가진다. 이에 더해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장관이 갖는 일부 권한도 행사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또한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라는 비전을 향해 농업·환경·인력·금융 분야 등 중앙 행정 권한의 일부를 행사하게 된다. 특별자치도는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의 선도 모델이기도 하다. 이 특별자치도에 맞춤형 특례를 부여함으로써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균형발전도 촉진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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