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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過而內自訟(과이내자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한자 ‘訟(송)’은 법원의 판단에 의해 구체적 ‘법률상태’를 확정하거나 ‘사실상태’를 강제로 집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적 절차인 ‘소송(訴訟)’을 뜻하는 글자이다. ‘訟’은 ‘言(말)+公’으로 이루어졌고, ‘公(공평할 공)’은 ‘사물을 공평하게 나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訟’은 ‘공평하게 판가름하여 말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글자이다. 따라서 ‘소송(訴訟)’은 ‘공평한 판가름을 해주기를 하소연(訴)’하는 것이고, ‘송사(訟事)’는 법적인 바른 판가름을 구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過: 허물 과, 內: 안 내, 訟: 소송할 송. 잘못이 있거든 안으로 자신에게 소송하라. 24x65㎝.

過: 허물 과, 內: 안 내, 訟: 소송할 송. 잘못이 있거든 안으로 자신에게 소송하라. 24x65㎝.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송사(訟事)판’인 것 같다. 걸핏하면 고소·고발이고, 툭하면 소송제기이다. 이익 앞에서 의로움은 깡그리 잊고 오직 이익만을 챙기다 보니 사회가 온통 싸움판이 된 것이다. 자기 논으로만 물을 끌어대는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마음속으로라도 소송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공자가 살던 세상도 그랬었는지 공자도 “잘못에 대해 안으로 자신에게 소송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제, 더 이상 한탄은 필요치 않다. 이익에 눈이 멀어 남만 잡으려 드는 싸움판을 성찰·반성·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멸을 면하려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