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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혁 암투 속 강택민 체제로 포장할 듯|정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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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콩=전택원특파원>이번 7중 전회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끈 사항 가운데 하나는 천안문사태 때 당 총서기로 시외학생에 대해 유화적 자세를 보였던 조자양의 처리문제.
국무원 대변인 위엔무(원목)는 조의 복권이 헛소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에 반해 정치국 상무위원 리루이환(이서환)은 지난 8월 『조자양의 운명은 7중 전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상반되는 견해를 표명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사이에는 조의 장래와 관련,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6·4사태와 관련한 정치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복권되더라도 아무런 직무도 맡기기 않는다는 「3불」원칙이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조의 정치적 운명은 보수·개혁파간 타협의 희생물이 될 것 같다.
한편 7중 전회에서는 극적인 주요인사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리펑(이붕)총리가 『강택민을 핵으로 하는 중국지도집단의 접반 공작은 이미 순조롭게 완성됐다. 이러한 지도집단은 강력하고도 장기적·안정적이며 권위를 가진 것이다』고 언명했다.
그러나 강택민을 중심으로 하는 제3지도체제의 등장이 과연 순조로울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8월20일 등소평은 『전당은 모두 강택민을 존중하라』고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강의 권력 기반이 취약함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천안문사태 직후 등소평에 의해 당 총서기로 발탁된 강택민의 취약점이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양바이빙(양백영)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역설적이다.
현재 중앙군사의 비서장, 총정치부 주임, 중앙서기 처 서기, 중공당 중앙위원 등 군 주역을 맡고 있는 양백영은 흔히 전무후무한 실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형인 양상쿤(양상곤)이 국가주석에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이른바 「양가장」을 구성한다지만 양상곤의 권위도 양백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북경의 권위 있는 관측통의 진단이다.
양백영의 권력집중은 6·4이후 체제의 위기를 절감한 등소평의 위임에 의한 것이며 등 자신의 권력기반이기도 하다.
등의 실권은 양상곤이 국가군사위주석 직을 요구했을 때 이를 물리치고 강택민에게 넘긴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홍콩의 『경보』11월 호는 양더즈(양득지) 전 인민해방군 총 참모장 등 4명의 장성이 등소평을 찾아가 두 양의 파벌인사와 군의 사병화 문제를 직소했다고 전한다.
등소평은 이에 대해 『군의 문제는 당의 지도성이 중요하며 강택민을 중심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는 대답으로 양씨 일족의 군제전 움직임에 간접적인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등의 의중은 강택민의 취약점인 군 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등소평이 「8·20」담화이후 강택민 총 서기가 지방순시를 할 때 그가 중앙군사위 주석신분임을 들어 부총참모장 내지 같은 급인 장성·군구 사령관을 대동해 현지 부대를 시찰토록한 것은 강을 전당과 전군의 명실 상부한 핵심지위에 올려놓으려는 새로운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성·부 단위의 인사가 개혁파 내지 강 체제조직과 관련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7중 전회의 연기사실에서 알 수 있듯 보수파 등의 저항 내지 반발이 등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것으로 여긴다.
그것은 등 자신을 포함, 특히 이붕·양상곤 등 6·4유혈진압사대에 직접 책임이 있는 세력들의 자기보호라는 가장 절박한 문제와 관련된다.
소위 민심파로 불리는 이서환이나 중도파로 분류되는 강택민과 달리 유혈사태이후 비난과 불만의 표적이 되고있는 보수강경파들은 결코 개혁·개방의 순조로운 전개가 달가운 것 일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입장의 차이점은 등소평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한 표면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등소평을 포함한 원로세대들이 정치무대에서 떠나는 경우 일시에 정치상황을 뒤바꿔 놓을 요소로 지목되고있다.
따라서 이번 7중 전회는 보수와 개혁파간의 타협을 기조로 사회주의이념의 고수와 개방·개혁정책의 지속을 내걸고 강택민 체제의 강화를 다짐하는, 표면적으로는 다분히 정치색을 은폐한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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