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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송송, 노릇한 조개…숏폼 속 탐스러운 음식이 눈앞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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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호 24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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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 마늘을 써는 둔탁한 칼 소리, 강한 불꽃에 보글거리는 올리브 오일, 노릇하게 익어가는 주먹만 한 크기의 백합 조개, 마늘과 조개사이를 파고드는 기다란 파스타면. 잠들기 전 누워서 허기를 달래며 무한 반복 시청한 숏폼 영상 속 음식을 실제로 먹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비스트로 스파크(사진1)’다.

이곳의 박성우 셰프는 매주 2개씩 다양한 종류의 이탈리안 요리 제작 과정을 1분 내외 영상으로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 현재 7만9000여 명이 박 셰프의 요리를 본다.

전문 셰프라면 레스토랑 주방 요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스스로 씌운 편견을 깨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영상 촬영용 요리를 따로 구상한다. 박 셰프는 요리와 촬영, 편집과 내레이션 녹음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한다. “요리가 취미인지 직업인지 이제 헷갈리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오히려 요리의 재미를 찾고 더 좋은 재료를 찾아가는 과정을 얻었어요.”

해산물을 좋아해서 제철 재료를 많이 주문하는데, 작은 식당에서 다 소화하기 어려운 물량을 받을 때도 있다 보니 더 다채로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단다. ‘나라면 뭘 해 먹을까’ 고민하면서 촬영할 요리를 구상하고, 그렇게 만든 음식은 오롯이 자신을 위한 음식이 된다. “일반적인 셰프의 삶을 보면 자신이 먹기 위해 요리를 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렇게 숏폼을 촬영하면서 만든 음식은 오롯이 나를 위한 음식이 되죠. 이때 느낀 재미가 손님에게 내는 메뉴로 이어지니까 손님들도 더 즐거워합니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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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의 소통 기회도 늘려서 식사 경험 자체가 하나의 짧은 공연이 되기도 한다. 구운 청어를 사용해서 내는 브루스케타(사진2)는 박 셰프가 직접 손님 앞에서 비벼준다. 일반적으로 구운 빵 위에 여러 재료를 올려내는 것과는 다르게 이곳에선 청어를 따로 굽고 파슬리, 마늘, 살사 베르데 등 소스를 곁들인 후 청어 모양대로 접시에 내고 빵은 따로 준비한다. 박 셰프가 청어를 으깬 후 모든 재료를 섞어주면 손님이 떠서 빵 위에 올려 먹는다. 매일 다르게 준비되는 셰프 스페셜도 있다.

호텔 조리학과 졸업 후 미국·싱가포르·이탈리아 등지의 호텔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지금의 스파크는 박 셰프 혼자 운영하고 있다. 식후주인 리몬첼로도 직접 만들고, 레스토랑 안을 장식한 식재료 그림도 직접 그렸다. 그는 올해까지 개인전도 두 번이나 열었다. 다방면을 아우르는 창작은 모두 오래 지속되는 요리를 하기 위한 박 셰프의 노력이다. 청어 브루스케타 2만7000원.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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