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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민영의 마켓 나우

AI, 세계경제의 구원투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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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간 세계 경제의 장기 성장세는 어떻게 변할까. 일반적으로 커다란 경제·사회적 위기를 겪은 후에는 성장세가 한풀 꺾인다. 투자와 혁신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위기 시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현금유동성 확보와 비용 절감을 통한 생존이라 새로운 시도는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실제로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미국은 2007~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전 5년 대비 각각 2.0%p, 1.2%p 낮아졌다.

물론 위기 대응이 혁신을 낳기도 한다. 나일론이나 인조고무 발명은 대공황 당시 궁즉통(窮則通)의 결과다. 글로벌 금융위기 중 에어비앤비가 급성장했고, 코로나 시기에는 비대면 경영이나 교육 등 언택트 기술이 확산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사례가 전반적인 성장세 하락을 충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 브레스너핸과 트라이텐버그는 1995년 ‘계량경제학저널’ 논문에서 새로운 기술이 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기술이 여러 산업에서 활용되고, 그 산업에서 연쇄 혁신을 가져오고, 지속적인 개선 잠재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2010년대에도 태블릿 컴퓨터나 4G 모바일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이 나왔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선진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1% 남짓에 불과했다. 이는 위 저자들이 내세운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가 생성형 AI가 현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후보라는 데 동의한다. 생성형 AI는 무엇보다 수요자 친화적이라는 면에서 전반적인 생산성 제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짧은 시간에 생성형 AI의 수요기반이 엄청나게 퍼졌다. 거의 모든 유형의 기업에 적용되고, 모든 종류의 직무를 개선할 수 있어 이미 상당수 기업의 운영에 AI가 통합돼 있다. 신약 개발과 진단에도, 프로그래머의 효율적인 코딩 작업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신기술이라도 생활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이 사용됐지만, 미국 기업의 3분의 2가 웹사이트를 가진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본격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기까지 증기기관은 100년, 컴퓨터 기술은 40년이 걸렸다. 일자리를 빼앗기는 데 대한 두려움으로 AI 기술 채택에 일부 저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AI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단축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AI 기술을 더욱 저렴하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려는 노력이 컴퓨터 기술 발달과 맞물려 세계 경제의 추세적인 성장세 하락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