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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군사위성 추가 발사에 사활…동북아 우주 정보전 가속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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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호 08면

한반도 정찰위성 경쟁

남북한이 최근 군사 정찰위성을 잇따라 쏘아 올리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첫 군사 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발사한 뒤 이달 초 공식 임무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첫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이미 동북아 상공의 패권을 놓고 물밑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이 자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동북아 우주 정보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 최초의 군사 정찰위성 1호기가 탑재된 ‘스페이스X’ 로켓이 지난 2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우리 군 최초의 군사 정찰위성 1호기가 탑재된 ‘스페이스X’ 로켓이 지난 2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현재 우주 궤도에서는 군사 강국들이 띄운 군사 정찰위성이 전 세계의 주요 군사·전략 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미국 239기, 중국 140기, 러시아 105기 등 이른바 ‘빅3’ 우주 강국을 비롯해 프랑스 18기, 이탈리아 13기, 이스라엘 11기, 일본·인도 각 9기, 독일 7기, 영국·스페인 각 6기 등이 24시간 우주 정보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남북의 정찰위성이 하나씩 추가된 셈이다. 우리 군은 이번 발사에 이어 2025년까지 영상레이더(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 1기를 추가로 띄워 모두 5기의 군사 정찰위성을 운용할 계획이다. SAR와 EO의 영문 음을 따서 ‘425 계획’이라고 이름 붙였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위성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발사 자체를 엄격히 금지해 왔다. 그럼에도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사활을 거는 것은 위성이 갖고 있는 군사적·정치적 영향력이 핵과 ICBM 등 운반체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을 때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들의 머리 위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적국의 인공위성이 수시로 지나게 됐다”며 패닉 현상이 발생한 게 대표적 사례다. 당시 미국 내에선 1949년 옛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란 우려도 적잖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1998년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1호’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단·2단 로켓이 동해와 일본 동부 태평양 지역에 떨어지자 일본 사회는 큰 공포에 휩싸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정부는 이 사태를 계기로 자체 정찰위성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이후 현재까지 광학·레이더 위성 등 총 9기를 쏘아 올리며 대북 견제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또 다른 우려는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우주 정보 경쟁에 남북이 뛰어들면서 동북아 전체의 군비 경쟁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 내에서는 벌써부터 북한의 첫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명분 삼아 정찰위성을 활용한 정보 수집은 물론 조기 경보 및 요격 능력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럴 경우 중국도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력 강화에 나설 수 있고, 러시아도 중국·북한과 손잡고 동해와 서태평양에서 정찰 자산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북한이 발사한 군사 정찰위성만으로는 우주 정보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찍은 위성 정보 자산은 지상에서 촬영한 이미지 정보와 신호 정보(SIGINT), 인적 정보(HUMINT) 등 다양한 정보 자산과 효율적으로 결합돼야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반도체 기술을 갖추는 게 필수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쏘아 올린 만리경-1호를 통해 위성 정보를 확보한다 해도 이를 최대한 분석·가공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자금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만큼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지난달 21일 밤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쏘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1일 밤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쏘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한·미 양국의 위성 정찰 능력과도 대비되는 대목이다. 당장 정찰위성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도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군사 정찰위성은 30~50㎝급을 자랑한다. 미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 중 가장 최근에 공개된 건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SNS에 올린 사진이었다. 여기엔 이란 북동부에 위치한 국립우주센터 로켓 발사대에서 로켓이 발사에 실패한 뒤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주변 시설물의 조그만 문자 표식과 자동차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해상도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에 더해 미국에선 3개의 민간 상업위성 운용사도 전 세계 주요 군 기지와 전략 지역을 실시간 촬영 중이다. 한국이 이번에 쏘아 올린 정찰위성도 30㎝ 수준의 해상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60㎝~1m급인 구글 어스보다도 떨어지는 3m급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크게 경계해야 할 사안이란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과거 북한이 핵폭탄과 ICBM을 개발할 때도 낮은 기술 수준에서 출발해 결국 상당한 고도화를 이뤄낸 것처럼 군사위성 또한 자원과 인력을 집중 투입할 경우 충분히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곁들여진다. 북한도 성능이 향상된 정찰위성을 조만간 추가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우주 정보 경쟁과 관련한 북한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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