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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내장 푹 삶아 잡내 없이 구수…서울 최고령 순댓국 맛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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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호 24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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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는 돼지곱창에 채소, 찹쌀, 당면 등 각종 재료와 선지를 채워 넣고 쪄낸 우리음식으로 평안도·함경도 등 북부지방에서 즐겨먹던 음식이다. 순대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몽골기마군단이 돼지창자에 곡식, 채소 등을 넣어 말리거나 얼려서 전투식량으로 활용했던 데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재료로 조리하지만 우리가 많이 먹어온 전통적인 순대는 찰밥에 숙주나 우거지 같은 채소와 돼지고기, 선지 등을 고루 섞어 돼지창자에 밀어 넣은 다음 삶아서 만든다. 지금은 순대가 흔한 대중음식이 되었지만 돼지가 귀하던 해방 이후 당시에는 고가의 음식이었다 한다.

순댓국은 돼지 뼈를 푹 우려낸 육수를 뚝배기에 담고 순대, 머리고기, 내장 등을 고루 넣은 후 밥을 더해 끓여 먹는 탕류 음식이다. 아마도 어렵던 시절 구하기 쉽지 않은 순대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탕으로 개발한 것이 아닐까 한다. 순댓국에는 다대기 양념장, 새우젓, 부추, 들깨, 파 등을 식성에 따라 넣어 먹으면 제격이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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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은 이제 전국 어디서나 맛 볼 수 있는 서민 메뉴가 되었고 맛깔나게 조리해내는 가게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오늘은 서울 대림동 대림중학교 옆 골목에 자리 잡은 ‘삼거리먼지막순대국(사진1)’을 소개한다. 1957년 개업한 서울의 최고령 순댓국집으로 삼거리가 있었던 인근에서 개업해 이곳으로 옮겼다 한다. 예전 그 동네가 시흥의 과수원 동네로 ‘아래 원지목’이라 불렸는데, 부르기 쉽게 ‘먼지막’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인테리어에서부터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게다.

식사메뉴는 순댓국(사진2) 한 가지인데 ‘보통·따로·특’이 있다(7000~9000원). 머리고기와 내장을 푹 삶은 전통 순댓국의 구수한 육수를 자랑한다. 옛날에 먹던 순댓국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잡내가 없다. 순대는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 탕에 순대와 머리고기, 내장 등 부속고기를 골고루 푸짐하게 넣어 끓여 내온다. 주문에 따라 순대만 넣어주기도 한다. 국물의 감칠맛이 일품. 새우젓, 간 마늘, 들깨가루와 후춧가루를 더하면 좋다. 심심한 깍두기가 순댓국과 잘 어울린다. 착한 가격으로 옛 맛을 즐길 수 있는 맛집이다. 손님들이 많아 식사시간에는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벽에 창업 이래 줄곧 순댓국 가격을 게시하고 있다. 1959년 150환, 1962년 30원(화폐개혁), 1970년 100원, 1980년 600원, 1990년 2500원, 2002년 3500원, 2011년 이후 5000원, 2022년 6000원, 2023년 7000원이다. 1962년에 짜장면 가격이 20원 정도이니 비교해 봄직하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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