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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정운천 "새만금 SOC 예산 복원 없이는 '서진 전략'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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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파워인터뷰 |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입주기업 인프라 지원으로 예산 챙기는 게 합리적”
“호남서도 여당 의원 여럿 나와야 ‘협치’ ‘소통’ 가능”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새만금 예산의 100% 복원은 힘들겠지만, 입주기업이 원하는 인프라 조성 예산 확보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새만금 예산의 100% 복원은 힘들겠지만, 입주기업이 원하는 인프라 조성 예산 확보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잼버리 사태 이후 새만금 관련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호남, 특히 전북지역의 민심은 그야말로 싸늘하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른 부처 반영액 6626억원 중 78%를 삭감한 1479억원만 반영해 지역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 김기현 대표로 이어지는 당 지도부의 ‘호남 끌어안기’ 서진 전략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지역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국민의힘 후보군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 심정’이다.

이 때문에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의 역할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정운천’이라는 이름은 보수정당에 있어 ‘호남 리트머스 종이’와 마찬가지다. 2016년 절대 험지 전주을에서 당선되며 파란을 일으켰던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쌍발통 협치’에 앞장서면서 보수정당의 서진 전략을 이끌어왔다. 지난 4·5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8% 득표율에 그치면서 전북도당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정 의원은 최근 전주을 출마를 선언하며 정부·여당에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정상화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은 “잼버리 파행이라는 매미급 태풍이 그동안 일구었던 옥토(호남)를 자갈밭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SOC 예산 복원을 위해 새만금 입주기업에 시급한 신항만과 내부 개발 등의 예산원안 반영을 정부·여당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호남에서도 국힘 소속 의원이 여럿 당선되어야 정부·여당과 소통의 정치가 가능하고 지역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협치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지난 2020년 9월, 정운천 당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정운천 당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근 전주을 조직위원장 임명 후 총선 준비에 나섰다.

“지난 4월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우리 후보가 6명 중 5위로 낙선했다. 저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민통합위원장, 전북도당위원장, 당협위원장에서 다 물러났다. 이어 은퇴까지 고려했지만 지난여름 잼버리 사태 후 새만금 예산이 삭감되는 과정을 보면서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제 정치 목표가 ‘지역주의 극복, 동서통합’인데, 보수정당의 험지인 전주에서 시작했으니 또 여기서 정치인생을 끝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선거 구도의 유·불리는 따지지 않았다.”

새만금 예산 삭감으로 호남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

“잼버리 사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고, 이후 전라북도와 중앙정부의 책임 공방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잘못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인데 이게 정쟁으로 확대돼 버렸다. 도청과 시·도의회를 민주당이 거의 100%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쟁은 더 심화됐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소속 일꾼들의 활동영역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김관영 전북도지사 출범 이후에 전북도-국힘 전북도당-민주당 전북도당 차원의 협치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확정, 새만금 이차전지특화단지 지정 등 전향적인 발전을 이뤘는데 이게 다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여당에 새만금 예산 복원을 건의하고 있나?

“새만금 예산 삭감 문제가 너무 확대됐다. 이제 정부와 여야의 협상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호남지역의 유일한 여당 창구 격인 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예산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총리, 경제부총리 등을 만나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은 별개이고, 국책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예산은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설득해왔다. 대통령께서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맞춤형 지원하겠다’, ‘임기 내 SOC 예산 완전히 집행하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에 이루어지리라 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만금에는 7조8000억원의 투자협약이 이뤄졌다. 지난 10년 동안은 1조5000억원 투자뿐이었다.”

현실적인 예산 복원 전략은 무엇인가?

“새만금 이차전지특화단지 등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예산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10월 18일 새만금 이차전지 입주 및 예정기업 11곳과 새만금개발청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LS MnM, LG화학, 에코프로, SK온 등 입주기업은 항만과 도로, 지역개발 예산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고 그 외 용수, 전력, 폐수 시설 지원을 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 건의사항을 중심으로 예산 복원에 나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이참에 새만금 개발 계획을 수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은 13년 전에 세워진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새만금 ‘빅피처’ 계획을 우리 전북에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1400만 평에 달하는 농지를 전북과 기업이 필요한 용지로 변경해 이차전지와 전시, 식품허브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의 조속한 이행과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도 정부부처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쌍발통 정치’로 지역주의 깨고, 정치토양 바꿔와

정운천 의원은 한때 은퇴도 고민했지만 내년 총선 전주을에 출마한다. 전북지역 성장의 상징인 새만금 사업을 살리고,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정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정운천 의원은 한때 은퇴도 고민했지만 내년 총선 전주을에 출마한다. 전북지역 성장의 상징인 새만금 사업을 살리고,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정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전북 고창 출신의 정운천 의원은 고려대에서 농업경제학을 공부한 후 해남으로 내려가 참다래 농사를 짓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득표율 18.20%을 보였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와 35.79%를 얻었지만 석패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공약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주 유치를 지키지 못했다며 이듬해 5월에 자신을 ‘함거(檻車)’에 가두고 ‘석고대죄’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국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정 의원은 낙담하지 않고 ‘쌍발통(두 바퀴) 정치’를 강조하며 꾸준히 유권자 속으로 파고들었다. ‘된다! 된다! 꼭 된다!!!’는 두 번의 낙선 후 그가 만든 구호이자 노래다. 경로당이고 유세장이고 이 노래를 부르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각자의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그 결과 4년 뒤인 2016년 총선에서 득표율 37.35%로 당선하면서 전라북도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정운천 의원에게는 ‘보수정당 서진 전략의 상징’, ‘지역주의 타파’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여의도 진출 이후에는 ‘호남 동행의원’, 5·18 유족 감싸기 등 호남정서 끌어안기를 진행하며 전북에도 보수정당 소속의 의원이 있어야 함을 증명했다.

‘서진 전략 상징’ ‘지역주의 타파’의 원동력은?

“지역주의 허물기는 우리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이자 저의 신념이다. 국회의원에서 구의원까지 전부 민주당 판에서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마음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보람 있는 과정이다. 그러나 한두 해 농사로는 어림없다. 짧게는 3~4년 정도, 길게는 10년 동안 밭을 가꾸어야 지역주의 DNA를 깨고 정치토양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옥토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씨앗을 뿌려봐야 결과가 나오질 않는다. 전주시민을 대상으로 전북발전아카데미 22차례 개최, 특별자치도 확정 후 특별자치도아카데미 11차례를 개최했는데 지역주의가 어떻게 우리 전라북도를 망쳐놓았는지 토론하고, 이를 극복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한번에 300명씩 오셨는데, 제 정치의 큰 자산이다.”

지난 대선에서 전북지역 득표율이 14.4%로 보수진영 역대 최대였다.

“2012년 박근혜 후보가 13.2%를 받았는데 2017년 탄핵 영향으로 홍준표 후보가 3.32% 득표에 그치며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러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과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이 섞이면서 14.4%를 얻어 가까스로 원상회복한 것이다.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서진 전략과 국민통합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국힘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5·18 항쟁’인데 제가 1년 동안 18번을 만나면서 공법단체 출범을 도왔다. ‘호남 동행의원’도 분위기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

전북의 ‘여·야·정 협치’가 눈에 띈다.

“전북 발전은 야당과 여당이라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갈 때 가능하다. 실종된 정당 정치가 복원되는 것이 쌍발통 정치다. 내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우리 당에서는 제가, 민주당에서는 한병도 의원이 각 분야별로 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생명산업과 이차전지, 친환경 모빌리티, 친환경 관광산업 등 산업과 관광분야에 대한 지속가능한 발전 육성을 비롯해 5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담았다. 새만금 예산 삭감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전라북도 발전동맹’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당내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가 있나?

“이번에도 주변에서는 잼버리 사태에 대해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하더라. ‘삭발도 하고 그러면 표 좀 얻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제가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부르짖고 있는데 상대와 날카롭게 대립해서 무슨 일이 진행되겠나. 전국적으로 자기 주가를 높이기 위해 목소리 높여 싸우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을 지고, 상생하는 물길을 만드는 사람은 적다. 내가 그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내 소명이고, 이를 위해서 정쟁판에는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석패율 도입, 황무지 개간할 동기부여 될 것”

최근 인요환 혁신위원장을 만나 석패율 도입을 건의했는데?

“호남에서 수년 동안 공을 들인 사람들이 이정현 전 의원과 저 정도다. 우리가 사라지면 또 몇 년을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로 간다. 그래서 능력 있고 참신한 인재들이 ‘험지’ 호남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호남에선 40% 지지율을 얻어도 다 떨어진다. 그래서 당선가능한 비례대표 10번에 전북, 11번에 전남, 12번에 광주 식으로 정해 석패한 사람을 기용하자는 아이디어다. 비례대표제에 석패율을 도입해 민주당도 대구·경북에서 당선될 수 있고, 우리 당도 호남에서 당선자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황무지를 개간할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전주시을’은 민주당 양경숙 의원(비례), 진보당 강성희 의원(지역) 등 현역의원 3명이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에서는 국힘과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높다. 그러니 국힘 후보는 일단 점수가 깎인 상태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정운천에 대한 호감도는 괜찮은 편이다. 7년 연속 예산결산위원을 하면서 전북에 많은 예산을 챙겨왔다. ‘전북 발전을 위해 정운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질수록 당선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하나의 날개로는 하늘을 날 수 없고 하나의 바퀴로는 수레가 굴러갈 수 없다. 호남에서도 국힘 소속 의원이 여럿 당선되어야 정부·여당과 소통의 정치가 가능하고 지역발전도 이룰 수 있다.”

- 글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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