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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선영의 마켓 나우

은행의 주가연계증권 판매, 적절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총 9조5873억원) 가운데 5조6809억원이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이 가운데 82.5%가 은행에서 계약됐다. 만기도래 전까지 홍콩H지수가 7000~8000포인트를 회복해야 투자자들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난 1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ELS에 대해 “은행 직원조차도 무슨 상품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ELS(주가연계증권)는 홍콩H지수와 같은 주가나 주가지수의 변동과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다. 2003년 증권거래법시행령 개정시 유가증권으로 지정돼 일반투자자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국의 ELS 대량 공급은 글로벌 주가지수의 변동성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ELS는 2008년, 2015년, 2020년 등 지난 20년간 수차례 투자자들에게 대형 손실 위기를 안겼다. 그런데도 ELS는 공급과 수요 요인이 모두 작용해 대표적인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먼저, 공급측면에서 증권사는 EL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은행은 ELS 판매로 비교적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국내 증권사의 자금조달에서 ELS 발행에 의한 비중은 25% 내외로 알려졌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ELS 판매 수수료가 포함된 신탁 수수료 수익은 은행별로 연 2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수수료 수익 가운데 2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요측면에서도 저금리 기조하에서 ELS의 수익률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예금금리가 1%대일 때 평균 6%대 수익률을 제시하는 ELS 상품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능력과 지식에 대한 ‘과신편향(overconfidence bias)’에서 나온 ‘글로벌 주가지수가 설마 반 토막 나겠냐’는 안일함이 ELS 투자를 부추겼다.

ELS는 상방이익은 6~12%로 제한이 되어있는데, 하방손실은 최대 -100%인 비대칭적 상품이다. 상방이익은 매수가 대비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하방손실은 가격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이다. 투자수익률이 적정한지 계산이 되지 않는다. 또 6%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 원금 50%의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적절한지 누가 설명해줄 수 있겠는가?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ELS가 투자자의 효용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지적되어 온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의 판매채널로서 은행이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은행산업 구조에서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에 목맬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답은 쉽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