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본캐는 출판사·공기업 직원, 부캐는 웹소설 작가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웹소설 공모전 수상자 인터뷰

‘2023 월드와이드 웹 소설 공모전(WWW)’ 대상 수상자 김찬수 작가(왼쪽)와 최다 수상자 정종균 작가. 최기웅 기자

‘2023 월드와이드 웹 소설 공모전(WWW)’ 대상 수상자 김찬수 작가(왼쪽)와 최다 수상자 정종균 작가. 최기웅 기자

‘공부해야 산다.’ 부모나 교사에게 한번쯤 들었음직한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공부를 해야 목숨을 건지는 상황이 온다면? 2025년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을 앞두고 벙커에 들어갈 소수의 생존자를 국어·수학 등의 시험을 쳐서 선발한다면?

이 기발한 착상의 웹소설 ‘공부해야 산다’가 ‘2023 월드와이드 웹 소설 공모전(WWW)’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채팅형 소설 게임 앱 ‘스플’의 운영사인 띵스플로우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중앙일보S가 주관하는 총 상금 1억원 규모의 공모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띵스플로우의 모회사인 크래프톤, 메가박스, JTBC, SLL 등이 후원했다.

대상 수상작인 김 작가의 ‘공부해야 산다’. [사진 스플]

대상 수상작인 김 작가의 ‘공부해야 산다’. [사진 스플]

‘공부해야 산다’의 작가 김찬수씨는 대상 수상자로서 웹소설 공모전 최초로 문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 3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웹드라마화 지원을 받는다. 이 밖에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추리·미스터리, 판타지·현대판타지, 무협·대체역사 등 5개 장르에서 최우수상 5개, 우수상 15개, 인기상 5개 작품이 선정되었다. 수상자는 모두 상금과 드라마화 협조를 받는다.

이번 공모전에는 한 작가가 여러 작품을 낼 수 있었는데 다중 수상자는 단 한 사람, 정종균씨였다. 그는 ‘쪽빛 물결의 학예사’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3개 작품으로 3개 상을 수상했다.

지난 21일 대상 수상자 김찬수(39) 작가와 최다 수상자 정종균(31) 작가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많은 웹소설 작가들이 그렇듯 이들은 별도의 생업을 갖고 있다. 김 작가는 부인과 함께 교육용 출판사를 운영하며 참고서를 직접 쓰고 있으며, 정 작가는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오랜 시간 창작을 해왔다. 김 작가는 드라마 시나리오와 웹소설 등을 20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으며, 정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디지털 청소년 작가상을 수상한 후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을 넘나들며 여러 편의 소설을 썼다.

두 작가 모두 지난 10년간 국내 웹소설이 질적·양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다양성이 줄고 비슷비슷한 작품이 양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타지/현대판타지 부문 최우수상인 정 작가의 ‘쪽빛 물결의 학예사’. [사진 스플]

판타지/현대판타지 부문 최우수상인 정 작가의 ‘쪽빛 물결의 학예사’. [사진 스플]

이들은 창의적인 소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김 작가는 “현대 판타지라고 하면 보통 소재가 싸움이나 돈을 버는 내용인데, 이런 소재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새로움을 주기 위해 제가 잘 아는 분야인 교육 분야를 접목, ‘공부해야 산다’를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작가는 영감을 얻기 위해 소설·영화보다 “뉴스를 많이 본다”고 했다. 공부와 시험에 목숨 거는 한국 사회를 담아낸 그의 소설 ‘공부하며 산다’에도 그러한 흔적이 보인다. 소재 자체가 사회풍자적인데, 그것을 염두에 두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대중 소설이니 풍자적인 부분은 수위 조절을 한다. 내 자의식을 많이 심거나 심각한 내용을 담는 것은 피하고 재미 위주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예창작과 출신인 정 작가는 문학과 신화·전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설화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정 작가는 “‘쪽빛 물결의 학예사’는 여주인공이 인어라는 설정이다. 우리는 보통 인어 하면 안데르센 동화만 떠올리지만 전라도 여수에 ‘신지께’라고 해서 달빛 같은 피부를 지닌 인어의 전설이 내려온다. 일본은 서브컬처에서 지역 설화 등 문화유산을 잘 이용하는데 우리는 아직 우리 것을 많이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 설정과 문체가 정통 환상문학에 더 가깝다.

두 수상자 모두 여건이 되면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정 작가에 따르면 첫째 여건은 “안정된 수입”이다. 그러나 ‘웹소설로 떼돈 번다’는 일각의 인식과 달리 웹소설 수입은 매우 들쭉날쭉해서 이 여건을 충족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두 작가는 말했다. 또한 한번 인기 끌기 시작한 소설을 끝없이 늘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수익성을 위해 작품성을 잃는 경우가 생기기 쉬운 게 전업 웹소설 작가의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모전에는 박성은 SLL 제작1본부 본부장, 박철수 필름몬스터 대표, 최진원 작가,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