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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홍합·미더덕 품은 육수와 쫄깃한 면의 만남…찬바람 불면 생각나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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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27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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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가 귀하던 시절, 칼국수는 보통 때는 먹기 어려운 별미요리였다. 그러나 6·25전란 이후 밀가루가 흔해지면서 가정집에서 언제든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자리 잡았다.

칼국수 레시피는 비교적 간단해 집에서도 쉽게 요리할 수 있다. 밀가루를 반죽해 도마 위에서 홍두깨로 얇게 민 다음, 칼로 가늘게 썰어서 면을 만든다. 사골·멸치·닭·해물 등으로 국물을 내고 감자·애호박 등을 면과 함께 넣고 끓인 후 식성에 따라 계란지단, 김 가루 등 고명을 얹으면 완성이다. 이렇게 칼국수는 면을 따로 삶지 않고 육수에 바로 넣고 끓이는 ‘제물국수’라는 점이 잔치국수와 다르다. 지방에 따라 면과 국물을 따로 끓이는 ‘건진국수’로 요리하기도 한다. 입맛이 별로 없을 때나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언제 선택해도 후회가 없는 음식이 칼국수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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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를 잘 한다고 입소문 난 식당들이 동네 곳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오늘은 돈화문로 익선동골목에 나란히 자리 잡은 두 가게를 소개한다. ‘찬양집’과 ‘종로할머니칼국수’다. ‘찬양집(사진1)’은 1965년 개업한 익선동골목 최장수식당이다. 가게를 요리조리 넓혀 방들을 연결해 놓았고 그래도 안에 자리가 없을 때는 골목길에 상을 차려 준다. ‘혼밥’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예스런 분위기의 가게다. 메뉴는 해물칼국수, 손만두 뿐이며 여름에는 콩국수가 있다. 해물칼국수(8000원·사진2)는 바지락·홍합·미더덕을 많이 넣어 진한 육수를 내고 홍합·바지락·김·파 등을 듬뿍 얹어낸다. 숙성과정을 거쳐 기계로 면을 넓게 뽑아 즉석에서 손으로 썰어 통통하고 쫄깃한 면발을 자랑한다. 면·국물·김치 모두 무한 리필이다.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 김치는 익은 김치와 겉절이 다 있다. 옛날 목욕탕에서 쓰던 분홍색 플라스틱 바가지를 주는데 의아해 할 필요 없다. 조개껍데기 버리는 용도다. 1965년에는 이 가게의 칼국수가 한 그릇에 20원이었다고 한다.

찬양집 골목에서 불과 50m 떨어진 지척에 1988년 개업한 ‘종로할머니칼국수’가 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허름하지만 정감 가는 모습의 가게다. 칼국수, 칼제비(칼국수+수제비) 각 8000원. 면발과 깔끔하고 시원한 멸치국물 모두 인상적이다. 얇게 썬 감자, 김과 파만 올린 심플한 칼국수다. 직접 빚은 만두로 만드는 만둣국과 손만두도 있다. 벽면에 ‘반죽은 밀가루·전분·소금 외에 첨가물을 넣지 않으며 12시간 숙성시켜 당일 소진 원칙’이라 쓰여 있다. 물론 면은 손으로 직접 썰어낸다. 테이블마다 겉절이와 양념장이 준비돼 있다. 저녁에도 열지만 재료소진 시 조기마감 한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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