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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오면 근대문화가 보인다] 크고 작은 무대에서 연기의 깊이를 배워, 꾸준함을 기회로 만들며 연기자로 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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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극단 ‘수지바트’ 김대웅 대표

300만 도시 인천에는 다양한 청년 예술인이 살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2020년부터 인천 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를 운영하고 있다. 시작공간 일부는 창작의 첫걸음을 떼기 힘든 현실 속에서 청년 예술가들의 시작을 지지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청년창작활성화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시각, 음악, 연극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며 인천을 기반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인천의 청년 예술인들을 시민기자 박수희, 유사랑씨가 만났다.

김대웅 대표는 “배우 정운으로 살아가기 위해 연기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인천문화재단]

김대웅 대표는 “배우 정운으로 살아가기 위해 연기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인천문화재단]

추위가 닥친 어느 가을날, 인천 ‘문학시어터’. 극단 ‘수지바트’ 단원들이 하이브리드 명랑액션 가족극 ‘설아 어디가’ 공연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하고 있었다. 춤, 노래, 액션을 펼치는 배우들의 열기로 소극장은 후끈했다. 연극을 제작·기획·연출한 ‘수지바트’ 김대웅 대표는 아이들의 추억을 훔치는 ‘시침’(시계에서 가장 느리게 움직이고, 놀기 좋아하는) 역을 맡았다. 초록색 모자를 쓰고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익살을 떠는 귀여운 빌런,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배우명 ‘정운(政澐)’으로 13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꾸준함을 기회로 만들고, 스스로 깨우치며 진정한 연기자로 성장해가고 있다. 넓은 바다를 오가는 파도처럼 그의 프로필은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달려온 흔적이 빼곡하다. 스물여덟살 때 “영화배우 한번 해보라”는 여자친구의 뜬금없는 말에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뒤늦게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는지 대학 2학년 때 뮤지컬 ‘잭더리퍼’ ‘삼총사’ 앙상블 오디션에 붙어 바로 대형무대에 올랐다. 연이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흑인 노예역을 맡았지만, 뮤지컬이 기획 단계에서 엎어졌다.

“곧 주인공 하겠구나, 기고만장했죠. 제 능력도 모르고 정신 못 차렸어요.”

그 뒤로 한동안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져 자존감이 바닥을 칠 무렵, 대학로 뮤지컬 ‘스페셜레터’ 행보관역을 맡게 됐다. 그는 크고 작은 무대 현장에 서면서 연기의 깊이를 배우고, 스승과 동료를 만났다. 잔재주가 아닌 진정한 연기를 하기 위해 소극장, 대극장, 연극,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주어진 역에 매진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극단 수지바트를 만들고, 이듬해 ‘인천관광스토리텔링’ 사업을 통해 뮤지컬을 제작했다. 인천 최초의 한인 야구단이자 야구로 항일운동을 했던 ‘한용단’을 만나고 돌아온 SK와이번즈 4번 타자의 이야기, ‘한용단 VS 와이번스’다. 이 작품은 찾아가는 문화 사업에 선정돼 인천 개항장 거리와 9개의 학교, 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인천 시민들과 만났다.

현재 김 대표는 ‘하이브리드 아트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 미림극장에서 환경 주제의 공연 2편, 단편영화 10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기자 박수희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은 문화대학원에서 지역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다채롭고 평범한 사람들의 공간과 일상을 시속 4km의 속도로 걷고, 보고, 말하고, 읽고, 쓰고, 노래한다. 특히 오랜 시간과 성실한 손길이 담긴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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