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오면 근대문화가 보인다] 세상의 ‘가변성’을 화두로 창작에 몰두, 숲의 무질서 속 조화로움 담은 작품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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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은정 시각작가

300만 도시 인천에는 다양한 청년 예술인이 살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2020년부터 인천 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를 운영하고 있다. 시작공간 일부는 창작의 첫걸음을 떼기 힘든 현실 속에서 청년 예술가들의 시작을 지지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청년창작활성화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시각, 음악, 연극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며 인천을 기반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인천의 청년 예술인들을 시민기자 박수희, 유사랑씨가 만났다.

육은정 작가는 “숲의 무질서는 곧 질서의 시작”이라며 무질서 속 조화를 탐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인천문화재단]

숲은 얼핏 무질서의 세계처럼 보인다. 우후죽순 순식간에 사방으로 번져가는 잡초들과 서로 휘감고 뒤엉킨 무수한 식물들, 그리고 무참히 스러진 낙엽들과 말라비틀어진 채 널브러진 나뭇가지들. 하지만 자연의 위대한 질서는 그런 부스러기들을 양분 삼아 무질서의 틈바구니에서 다시 새로운 질서의 싹을 소생시킨다. 세상 역시 무질서해 보이지만, 언제나 질서로의 환원을 반복하고 있다.

육은정 시각작가는 바로 이런 지점에 착안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육 작가는 최근 ‘숲’을 주제로 한 연작을 통해 현실의 난폭한 무질서 때문에 잘려나간 세상의 부스러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육 작가는 인하대 학부 시절부터 인천을 발판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정형화되지 않은 세상의 ‘가변성’을 화두로 창작에 몰두하며, 무형의 추상에서 차츰 반추상의 작품 세계로 진화하고 있다.

“제 작품의 모티브는 현실 속에 잠재된 추상성이에요. 사진을 찍고 흑백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선, 면, 빛의 움직임에 따라 우연히 드러나게 되는 느낌을 순간 포착하는 거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한한 생명력이 꿈틀대는, 또한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조화로운 힘이 느껴지거든요.”

육 작가는 제주도 곶자왈을 갔다가 그곳의 식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본래 용암지대라 식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곳인데, 울퉁불퉁한 화산석 틈바구니에 억척스레 뿌리내리고 당당히 숲을 이룬 그 위대한 생명력에 경외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너무 경직되거나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가볍고 발랄하면서도 싱그러운 생동감을 화폭으로 옮겨보고 싶었다.

“음악으로 치면 ‘래그타임’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흑인음악이나 재즈 같은 데서 규칙적인 리듬 위에 불규칙한 음을 자유롭게 배열해 장난스러우면서도 유쾌한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 같은 거죠.”

육 작가는 ‘2020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ASSYAF)’에 참가해 인천의 ‘잇다스페이스’ ‘공간 운솔’ ‘한스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인천문화재단의 청년예술가 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인천 부평의 ‘아트스페이스 실’에서 ‘얽힌 추적’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가졌다.

시민기자 유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