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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미·중 대립 가속하면 세계 GDP 2%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루이즈 루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루이즈 루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나를 포함한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했다. 다수의 중국 경제 관찰자들을 만나며 몇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예상대로 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았다. 거주 국가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울수록, 그들의 견해는 비관적이었다.

일단 중국인들은 보다 낙관적이었다. 과잉 레버리지, 인구 같은 구조적 문제, 부동산 위기, 약한 회복세 등과 관련해 도처에서 보이는 부정적인 뉴스에도 그들은 긍정적인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어떤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경청할 가치가 없는 견해는 없다. 중국 경제에 대한 가장 치우친 전망도 논증이 매우 탄탄했다. 우리 회사(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한 과잉 투자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본다. 사실 중국 정부가 시장에 너무 자주 개입했기 때문에, 중국의 구조적 약점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순 없다. 더욱이 중국의 구조적 문제는 3년 동안 지속한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더욱 악화했다. 수요를 늘려 이 문제를 푸는 데도 아마 수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배터리, 전기자동차, 재생 가능 에너지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분야의 강점이 부동산 부문의 난제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이 장기간의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24년 중국의 성장률은 4%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우리 회사는 세계은행(4.5%)이나 IMF(4.6%)보다 낮은 4.4%를 중국의 2024년 성장률로 예상한다.

최근 흥미롭게도 대만 충돌의 위험성에 대한 대화가 다시 활발해졌다. 당사가 6일 발표한 글로벌리스크조사(GRS)에서 5분의 2가량의 기업은 중동뿐만 아니라 중국-대만 관련 지정학적 긴장이 향후 2년간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리스크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대만의 전쟁은 ‘확률은 낮지만 충격은 큰 사건(low-probability, high-impact event)’으로 인식된다. 특히 서울·도쿄·싱가포르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인식이 강했다. 당사의 모델링에 따르면, 이러한 국경 긴장이 계속되면 명백한 군사적 충돌이 없더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기술 분리 과정이 급격히 가속화되어 글로벌 GDP가 거의 2%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일본·대만·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중국과 지리적·무역·투자 측면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