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옴니부스 옴니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사제란 어떤 사람들인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자 그레셤의 법칙은 종교계에 가장 적합한 말인 듯하다. 자격 미달인 사이비 종교인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들이 가톨릭 사제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있어서 사제의 한 사람으로서 사제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선 사제가 되는 과정은 힘들고 까다롭다. 일부 종교인의 경우 학위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학업 이수 여부도 불투명하고, 인가도 나지 않은 학교를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단기 연수만으로 종교인의 대열에 낄 수 있다. 신원검증도 하지 않아서 범죄 경력을 가진 자들도 종교인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톨릭 신학교 교정의 라틴어
사제가 실천해야 할 소명의식
일부 종교인의 사제 공격 유감
좌우 떠나 복음의 말씀 전할 뿐

지난 2월 3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사제 서품식.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지난 2월 3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사제 서품식.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에 반해 가톨릭 사제가 되는 과정은 엄격 그 자체다. 신부가 되고자 할 때부터 신원검증이 시작되며 신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더 까다롭게 관찰 대상이 된다. 그래서 신부가 될 때쯤이면 개인 파일이 수북해진다. 신부가 되기 직전에는 사방에 이 사람이 사제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야기하라며 성당마다 공지가 붙는다.

신학교 과정도 수월치 않다. 규칙적인 생활은 물론 사관학교처럼 통제가 심하다, 신학생들은 전원 공동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동체의 규칙을 어기면 퇴학 처분을 당한다. 학업 역시 까다롭다. 석사학위 이수가 필수이며 전반적으로 적정 수준의 성적을 얻지 못할 시 역시 퇴학처분을 당한다. 그래서 신학교 공부는 1등이 되려는 공부가 아니라 퇴학당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충 수업시간만 채우면 종교인 자격증을 발급하는 곳과는 차원이 다르다.

종교인 사관학교 같은 힘든 과정을 마치면 바티칸으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는 허가가 떨어진다. 그래서 사제들은 전 세계 어떤 성당에서든지 미사를 할 수 있고, 어느 나라 신자들에게도 사제로서의 대우를 받는 것이다.

사제들은 소명의식, 사제정신을 가장 중시한다. 신학교 교정에는 ‘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라는 라틴어 글귀가 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라’는 뜻인데, 이것이 사제들의 소명의식이다. 이 소명의식을 잘 표현한 것이 신학교 교가이다. ‘진세(塵世)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 이 교가처럼 수많은 사제가 한 몸 바쳐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나오지도 않는 우물을 판다고 후원금을 걷어서 가로채거나 아이들이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시키고 일당을 가로채는 파렴치한 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 오지에서 수많은 사제가 헌신적인 삶을 산다. 남수단의 이태석 신부와 같은 사제가 그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제들은 돈이나 소유물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부 악성 종교인들이 신자들에게 “십일조는 믿음과 상관이 깊다. 헌금 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하며 물질에 집착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지만, 사제들은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요하지 않는다.

더욱이 교회를 자기 소유로 하고 세습을 하는 범법 행위는 일절 없다. 모든 사제는 인사이동을 원칙으로 하고, 부유한 곳이건 가난한 곳이건 어디든지 가서 사목한다. 이런 삶을 살기에 사제들은 권력자들이나 부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아부하지 않는다.

이런 사제들을 두고 일부 종교인이 빨갱이 운운하거나 왜 현실정치에 관여하느냐며 비난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런 비난을 하는 종교인이 가장 정치적이란 것이다.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자들이 더 난리를 친다.

사제들은 빨갱이인가.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장 싫어하는 종교인들이 사제단이다. 왜 그런가. 사제들은 쓴소리를 마다치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부패와 비리뿐만 아니라 공산국가의 독재적인 정치에도 쓴소리를 하므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빨갱이로,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주의의 간첩으로 오명을 뒤집어쓴다.

일부 악성 종교인이 사제들을 종북세력이라고도 하지만,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사제들이다. 오죽하면 북한에 사제가 한 사람도 없을까. 또한 많은 사제가 북한 공산당에 의해 처형당한 교회의 역사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기에 사제들은 그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종북세력은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사제들은 집도 가족도 없는 혈혈단신이기에 눈치 보고 연연하며 살지 않는다. 그래서 아닌 것에는 분명하게 ‘아니오’라고 말한다. 그래서 좌우 양쪽에서 미운털이 박힌다. 그렇다면 사제들의 신념은 어디에 근거를 두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 성경을 근거로 한다. 사제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그리스도파, 복음주의인 것이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