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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관심 떼다 파는 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전 국민이 도파민 충전을 넉넉하게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온다. 남에 대해 말을 옮기고 흉을 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이끄는 유구한 즐거움이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들로 입씨름을 하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연예인의 마약 문제로 초점을 옮겼고, 또 며칠 되지 않아 유명한 사기꾼을 두고 이야기의 만찬을 즐겼다.

유튜브에서는 사회적 이슈를 자극적으로 다루는 소위 ‘렉카’ 채널부터 공신력 있다는 뉴스 채널까지 같은 소재를 이리저리 변주하며 다뤘다. 성적 지향성이나 성관계 방법 같은 ‘조회수가 나올 만한’ 이야기가 넘실거렸고 실제 사기와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놀라울 만큼 적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화제의 뉴스를 접하는 며칠 내내 양가적 감정에 사로잡혔다.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이기에 몇 개를 골라 구경을 했지만, 동시에 이만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다른 이야기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사로잡혔다. 이게 뉴스의 생리이고 이것도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며 으레 이슈란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았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2023)에서 김인정 기자는 말한다. “쾌락과 연결의 가능성에 이끌려 온 사람들이 장기 체류하며 디지털은 정보의 최대 시장이 되었다. 뉴스룸도 테크 기업도 그게 어떤 뉴스든 사람들이 일단은 뉴스를 더욱 많이 보기를 원한다.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기사가 그 중요도와 무관하게 증폭되고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뉴스는 이만큼 중요한 뉴스일까.

언론사야말로 이 질문을 가장 치열하게 던지고 있겠지만, 그들도 광고 수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수익과 윤리와 판단이 착종되어 있는 생태계 속에서 우리의 관심은 어디에 어떻게 소모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화제의 영상들을 보기를 멈출 수 없는 나에 대해서도. 관심 경제의 논리 속에서 우리의 뉴스는 어디로 가게 될까.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