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0년 내공 담긴 ‘막국수 명가’…시골·동치미 섞은 육수 일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4호 24면

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1

사진1

화전민음식으로 시작한 막국수는 메밀가루를 반죽해 칼국수처럼 얇게 밀어 면을 만들어 삶은 후, 찬물에 식혀 김칫국물에 말아먹거나 양념장에 비벼먹었던 강원도 향토음식이다.

막국수의 고유한 풍미를 보여주는 가게들이 전국에 포진하면서 막국수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음식의 하나가 됐다. 요즈음 막국수는 메밀가루에 밀가루나 전분 등을 섞어서 반죽한 후, 기계 국수틀에서 눌러 다소 쫄깃한 면발을 뽑고 면 위에 매운 양념과 함께 김치·오이·삶은계란·가자미·명태·닭고기·김·깨 등 다양한 고명을 얹는다. 육수는 동치미국물 또는 소뼈, 멸치 등으로 고아낸 국물을 사용하거나 섞어 쓰기도 한다. 그대로 먹으면 비빔막국수, 육수를 부으면 물막국수가 된다.

막국수하면 춘천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춘천이 강원지역의 곡물집산지여서 메밀제분과 막국수 식당이 일찍 터를 잡았기 때문이라 한다. ‘샘밭막국수’는 춘천 3대 막국수 집으로 꼽히는 막국수계 원조 명가 중 하나로 3대가 5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창업주 할머니의 손자 조성종 사장이 맡아 한다. 메밀을 많이 써서 메밀향이 좋으며 전분 대신 곡물을 섞어 면발이 부드럽다. 양념장도 열흘 이상 숙성시켜 면과 잘 어울린다. 사골을 우려내 동치미국물과 섞은 육수도 일품이고, 여기에 열무김치를 곁들이면 맛깔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춘천 쪽으로 갈 일이 있을 때면 조금 돌더라도 들렀던 집이다. 오래전, 멀리서 오는 단골손님이라고 주인 할머니가 가게에서 쓰던 ‘스텐’ 막국수대접을 기념으로 선물해주신 적도 있다.

이 샘밭막국수를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 서초동 교대역 인근의 ‘샘밭막국수 교대점(사진1)’이다. 춘천 원조집의 지인이 하는 가게로 매주 메밀을 비롯한 모든 막국수 재료를 춘천에서 가져다 쓰며, 춘천 사장이 직접 와서 맛 지도를 하고 있다. 2003년부터 서울교대 옆 골목 주택가에서 단독 건물로 가게를 하다 그 동네 재건축이 이루어지면서 지금 자리로 옮겼다.

사진 2

사진 2

막국수(1만2000원·사진2)에는 양념장·김·깨·삶은계란이 올라가는데 우선 비벼먹다가 주전자에 따로 담아주는 사골국물과 동치미를 섞어 만든 시원한 육수를 부어가며 먹으면 좋다. 메밀함량이 높아 메밀향이 수준급이고, 양념장도 강하지 않고 고소하기에 슴슴한 막국수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이다. 열무김치가 곁들여 나오는데 막국수와 찰떡궁합이다. 녹두전이나 돼지고기수육도 추천한다. 강남 다이어트파들이 많이 찾는 가게로 식사시간 대에는 줄을 서야 한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