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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호의 이코노믹스

유가 상승 일시적, 금리 인상 끝물…내년 증시 ‘긍정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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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변수 많은 증시 향방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로 증시가 어제(6일) 급등했지만, 전체적으로는 9월 초 이후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테마 종목 주가가 최고치 대비 40~50%가량 하락했다. 해외 다른 증시와 비교하면 국내 증시는 초라했다. 우리 주가가 주요국보다 더 떨어졌기도 했지만, 그래도 주요국 주가는 예전 최고 수준 안팎까지 상승한 이후 하락했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는 제대로 상승하지도 못하고 내리막을 탔다.

주가 급락은 금리·환율·유가 불안으로 인해 매물 압박이 거셌기 때문이었다. 우선 외국인은 6월 중순 이후 8조원 넘게 주식을 처분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식매도도 엄청났다. 신용담보 부족 계좌에선 급매물이 쏟아졌다. 반면 고객예탁금은 급감했다. 이렇게 주식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것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금리·환율·유가 불안, 증시 눌러
외국인·연기금 주식 매도 주도

전쟁 인한 유가 상승 오래 안가
경제 성장도 큰 타격 입지 않아

한·미 기업이익 바닥 찍고 전환
불안감 가시면 반등 가능성 커

유가 200달러 전망은 엉터리

과거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가 급등하고, 금리도 상승했다. 이번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우려가 컸다. 특히 국제 투자은행(IB)들이 유가가 150~250달러로 치솟을 가능성을 거론해서 세계 경제를 공포에 빠뜨렸다. 그런데 국제 IB들은 2008년, 2016년, 2022년에도 유가 200달러를 거론했다. 시간이 흐르자 모두 엉터리 전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전쟁이 실제로 세계 경제에 주는 부담은 크지 않을 듯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1980년 이후 유가 상승을 유발한 전쟁이 네 번 있었다. 그 경우 유가는 직전 바닥 대비 25~160%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유가 폭등은 전쟁 이전의 폭락에 따른 반등 성격에 불과했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기간도 8일~3개월 보름에 그쳤고, 유가가 다시 전쟁 전 수준으로 복귀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7일~2개월로 짧았다. 다만 이란·이라크 전쟁(1980년 9월 발발) 때는 달랐는데, 예전 유가로 회귀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세계 물가상승률도 2022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면, 전쟁이 발생한 해 및 다음 해가 전년과 비슷하거나 하락했다. 2022년은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 사태 종료라는 변수가 있었다. 2022년 세계 물가는 높았는데, 전쟁 전에 이미 물가가 심하게 오르고 있었다.

세계 성장률의 경우도 전쟁이 발생한 그해와 다음 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1991년이 예외였다. 1990년 10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다음 해였다. 성장률이 전년의 3.4%에서 2.6%로 낮아졌다. 하지만 당시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과 일본 엔고 후유증 등 선진국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정리하면 전쟁 때문에 유가가 잠시 상승할 수는 있지만, 높은 유가가 지속하지는 않는다. 유가 등 자원 가격의 추세적 상승은 본질적으로 세계경제 덩치가 커져야 가능하다. 유가가 1979년 정점을 뛰어넘는 데는 그로부터 25년이나 걸렸다. 세계경제 규모가 25년간 커진 이후 유가가 전 고점보다 상승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2.96%, 내년은 2.94%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 성장세를 고려하면 전쟁이 확산된다 해도 유가가 급등한 이후 계속 높게 유지될 가능성은 작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금리상승은 막바지 국면

현재 각국 주식 시장의 관심은 온통 미국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언제 끝나고, 언제 기준금리가 내리느냐에 쏠려 있다. 이달 초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여부가 시장에 중요한 것은 통상 미국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도 더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엔 시장 유통금리가 하락하거나 안정됐기 때문이다.

1984~2018년 중 7차례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가 있었다. 이 중 세 차례에 걸쳐 유통금리 하락 시작이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점보다 2~4개월 빨랐다. 예컨대 2000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 것은 5월인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월부터 하락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기준금리 인상 종료와 유통금리 하락이 동시에 일어난 경우는 두 차례 있었다. 나머지 두 차례는 유통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이 기준금리 인상이 마침표를 찍은 시기보다 늦었다. 그러나 시차는 1개월에 불과했다. 즉, 미국 기준금리 인상 종료를 전후로 유통금리가 안정됐던 것이다. 당시엔 한국 금리와 환율도 안정되었다.

이런 사례를 고려하면 시장의 일반적 예상대로 미국 기준금리가 더는 인상되지 않거나 한 차례 추가 인상에 그친다면 최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유통금리 흐름은 막바지 상승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경기 침체 및 금융 시장 불안과 함께 시중 금리가 크게 상승할 것이란 의견도 제시한다. 예컨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7% 금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견해는 2024년 미국의 1.5% 성장률과 3% 안쪽의 물가상승률(IMF 예상)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다. 1982년 이후 금리는 적정금리로 간주되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계보다 2.5%포인트 이상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가 7%가 되면 개인과 기업, 금융회사는 부도에 직면하고 세계 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한다. 때문에 향후 과격한 금리 수준이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금리 높아도 이익 늘면 주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의 종료는 증시 안정에 호재다. 1989년 이후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 유지가 여섯 번 있었다. 주가는 2000년 10~12월을 제외하면 상승 또는 안정을 유지했다. 특히 1995년 2월~2000년 12월, 70개월간 미국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미국 S&P 500 지수는 180%나 상승했다. 당시 미국 기업이익이 추세적으로 늘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춘다면 시장의 관심은 점차 금리에서 기업이익 쪽으로 옮겨갈 것이다. 주가에 있어 이익은 금리보다 더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면 금리가 올라도 주가가 상승한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미국 기준금리가 최고조로 급등한 1978~80년에도 주가는 이익 증가에 힘입어 상승했다. 당시 쉴러(Shiller)의 미국 기업이익지수는 1978년 1월 10.9에서 1980년 12월 14.8로 상승했다. 또, 최근 대다수 나라의 주가가 많이 내려가긴 했어도 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지난해 3분기보다는 주가가 월등히 높다.

이처럼 이익은 주가에 절대적인데, 10월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내년 한국과 미국 기업의 이익 전망은 비교적 밝다. 우선 우리 기업의 분기이익은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내년 4분기까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업의 분기이익도 올해 1분기를 바닥으로 2026년 2분기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선 9월의 생산·소비·투자 증가와 10월 수출 증가 등 경기 회복의 긍정적 신호가 나타났다. IMF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2.2%로 올해 1.4%보다 높게 전망했다. IMF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2.94%)도 올해(2.96%)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업 이익이 추세적으로 대폭 감소하는 상황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내년 한·미 기업이익 증가 예상

향후 1년의 주가는 큰 폭 상승 또는 일정 범위의 박스권 등락을 예상해볼 수 있다. 상승의 근거는 향후 기업 이익 증가 가능성과 그간 주가 폭락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가 2003년 3월 발발했던 이라크와 다국적군 간 전쟁 전후와 2020년 코로나 발생 전후의 주가 폭락과 폭등이다.

다국적군과 이라크 간 전쟁 전후 상황을 보면 당시 기업이익은 2002년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가는 2003년 3월 중반까지 취약했다. 코로나 사태 당시에도 기업이익은 2019년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2020년 1~3월 코로나가 터지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두 사례 모두 기업 이익만 보면 주가가 상승할 기간인데 도리어 폭락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연한 불안감이 가시자 주가는 폭락에 대한 반발로 인해 폭등했다.

이번에도 주가가 올해 1분기부터 나타난 기업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폭락했다. 때문에 향후의 실제 기업 이익이 애널리스트 전망을 크게 하회하지 않으면 두 사례 같은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두 번째는 향후 기업이익이 예상과 달리 늘지 않을 경우다. 이러면 주가는 기업이익 정체로 인해 일정 범주에서 등락했던 2011~16년 사례를 답습할 것 같다. 반등 시 상한(박스권 상단)은 직전 고점인 코스피 2600 내외일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도 주가가 폭락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내년 예상 시나리오는 어둡지 않다. 추가 하락을 걱정하기보다 점진적 주가 회복을 기대할 만한 시기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