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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도심을 해변까지, 시애틀 올림픽 조각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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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첨단 기업들이 미국 서북부의 한 도시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세기 시애틀은 보잉사로 대표되는 군수산업과 중공업의 중심지였다. 시 정부는 ‘녹색도시’ ‘지속가능도시’로 새로운 비전을 설정했고 IT 기반의 산업을 유치하는 한편 공공 문화예술을 장려하고 녹지 공간을 확대했다. 로버트 벤투리 설계의 시립미술관, 렘 콜하스의 공공도서관 등 주목할 공공 건축물을 세우고 가스 공장을 공원으로 개조하는 등 활발한 변신을 시도했다.

공간과 공감

공간과 공감

2007년에 개장한 올림픽 조각공원은 이러한 범 도시적 노력의 결정판이다. 시애틀 앞바다인 푸젯만과 태평양 사이에 2472m의 올림픽산이 솟아있다.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없지만 올림픽공원의 이름이 붙은 이유다. 도시 중심지역과 푸젯만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석유와 가스를 비축했던 공업용지였고 토양 오염이 심각한 곳이었다. 특히 해안을 따라 부설된 산업용 철도와 고속도로는 도시와 해변을 완벽하게 단절시켰다.

시애틀 미술관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이 문제의 땅을 예술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발의했고 3000만 달러의 기부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상설계 당선작인 ‘와이스&만프레디 건축사무소’의 획기적인 제안은 훌륭하게 실현됐다. 기존 철도와 고속도로 위로 지그재그 형태의 인공대지를 덮어 도심과 해변을 연결하는 아이디어였다. 그 위에 잔디밭을 조성하고 요소요소에 시설물과 조각 작품을 배열해 말 그대로 ‘조각공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공공건축의 모범을 보인 이 건축가들은 한국 무주 태권도원의 기본 설계자이기도 하다.

도심에서 해변에 이르는 긴 다리는 곧 녹지 위를 걷는 산책로가 되었고, 26개의 환경 조각을 설치한 거대한 미술관이 되었다. 알렉산더 칼더, 루이스 부르주아, 리처드 세라, 마크 디 수베로 등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언제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