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천, 사계절이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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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본동 구반포아파트에 사는 이형영(55)씨는 매년 봄만 되면 집에서 불과 20여m쯤 떨어진 반포천 산책로 주변의 현사시나무에서 떨어져 날아다니는 꽃가루 때문에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채기를 하는 것은 물론 심하면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러나 이 씨의 걱정거리는 내년부터 말끔히 사라지게 됐다.
서초구가 반포천을 '걷고 싶은 웰빙 테마공간'으로 가꾸기로 하고 이달초부터 산책로변에 심어져 있는 현사시나무를 모두 베어낸 뒤 그 자리에 생태환경 체험 구간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가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 공사를 진행 중인 구간은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동작역까지 2.2㎞ 구간으로 오는 12월말 준공할 계획이다.

생태 환경 체험 구간은 ▶꽃내음길(고속터미널~반포체육공원간 0.6㎞) ▶생태복원길(반포체육공원 남측~유수지간 0.5㎞) ▶녹음체험길(반포체육공원~이수교간 0.6㎞) ▶경관감상길(이수교~동작역간 0.5㎞) 등 4곳.
꽃내음길에는 진달래·찔레·산철쭉·산수유·황매화·붓꽃 등의 초화류를,생태복원길에는 상수리나무·때죽나무·덜꿩나무·귀룽나무 등 우리 고유의 나무를 심는다.
또 녹음체험길에는 산벚나무와 소나무·청단풍나무 등 자생 수종을, 경관감상길에는 물철쭉과 감국·비비추·으름덩굴·벌개미취 등을 각각 식재할 계획이다. 이곳에 심는 나무과 꽃은 무려 53종,8만 그루나 된다.
서초구는 또 산책로와 인접해 있는 반포종합운동장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시설은 물론,산책로 곳곳에 벤치와 환경해설판·식생정보판 등을 만들어 산책객들에게 휴식 공간과 생태 확습의 장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형영 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봄만 되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가 하면 자녀들을 밖에 내 보내지 못할 정도로 불편을 겪었는데 이제 한시름 덜었다"며 "생태 환경 체험 구간이 조성되면 반포천이 서초 지역의 명물 산책로로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활하수에서 나는 악취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을 사왔던 반포천은 서초구가 지난 98년 '반포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시작한 뒤 웰빙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구청측은 하천 바닥에 하수관을 묻어 생활하수의 유입을 막고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메말랐던 하천에 인근의 지하수를 매일 600t씩 끌어올려 방류했다. 그 결과 몇 년전부터는 청둥오리가 찾아들고,갈대와 갯버들이 뿌리를 내릴 정도로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
장마 때 하천을 범람하는 물을 가두기 위해서는 그 동안 방치해 온 유수지에 잔디구장과 배드민턴장·인라인스케이트장·케이트볼장 등을 갖춘 반포종합운동장을 지었다. 이밖에 하천 뚝방길을 따라 우레탄 도로와 지압보도·평행봉·윗몸 일으키기 등 건강·운동 시설을 갖춘 산책로까지 만들면서 서초구의 새로운 생태하천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조용환(50) 반포본동장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하루 3000여명의 주민들이 반포천 산책로를 찾고 있다"며 "반포동민은 물론 심지어 인근 방배동·서초동·동작구 사당동 주민까지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공원녹지과 한광수(46)씨는 "반포천이 한강시민공원과 방배동 서리풀 공원·우면산 도시자연공원을 잇는 서울 한강이남의 생태녹지축 역할을 하도록 하는 한편,주민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휴식과 문화·체육의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홍창업 기자 hongu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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