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이 지난 후 다시 휴일을 만나기 위해 12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지루한 날들을 보내다 보면 핼러윈이 있다. 핼러윈은 친언니가 태어난 경사스러운 날이므로 나는 그것을 약간의 흥겨움으로 여기고 기꺼운 마음으로 맥주 몇 잔을 마시곤 한다. 그러나 이제 그런 흥겨운 마음으로 10월을 맞이할 수 없다. 10월 중순이 되면, 언니에게 줄 생일선물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언니가 태어남을 축하할 주말에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죽었다는 바로 그 사실이 탄생이라는 생기 주변을 배회할 것이다. 그 죽어간 이들에게도 생일이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생일이 있었고, 고유한 삶이 있었다.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2023)에서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생생하다. 근처에서 생일 축하를 하고 호기심에, 웨딩 촬영 다음 날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러, 코로나가 끝났으니 작정하고 놀러, 가족이 오랜만에 다 같이 바람을 쐬러…. 그런 삶들을 지키지 못했음에, 그러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음에 경악하는 것은 책임자가 아닌 사람들뿐이다.
책에서 유가족 진세빈씨는 말한다. “저는 이 사람들[책임자들]이 참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그 수백 명의 청년들 무게를 느끼면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든 본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책임자들이 이 서늘한 분노를 알고는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같은 책에서 유가족 김혜인씨는 말한다. “이태원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이었어요. 이태원에 간 사람들의 잘못이 아닌, 해야 할 일을 안 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참사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렇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왜 갔느냐’가 아닌 ‘왜 못 돌아왔는지’를 말이에요.” 그렇게 물을 때 온전한 애도는 가능할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