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 김한길 정계개편? 한동훈 차출? 여의도 촉각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62호 05면

[여의도 톺아보기] 여권 총선 좌우할 3인 ‘키맨’ 행보

최근 주목받는 여권 내 3인의 키맨. 왼쪽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뉴시스]

최근 주목받는 여권 내 3인의 키맨. 왼쪽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뉴시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여권의 총선 지형을 좌우할 3인의 ‘키맨’에 여의도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그들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 여권이 보궐선거 패배 후폭풍에 휩싸인 상황에서 각각 ‘신당 창당설’ ‘통합 주도설’ ‘전진 배치설’의 진원지로 떠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보궐선거 후 ‘로키’ 모드로 변신한 윤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떠나기 전 정치권에 던진 화두는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였다. 너무 급하지 않게,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계속 유지하면서도 민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진중하게 모색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됐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에 3인의 키맨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향후 윤 대통령과는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가. 이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건 그 과정 속에서 여권 내부 지형 또한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열정 넘치는데 용기 있게 결단할 수 있을까

이 전 대표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내건 출사표는 ‘열정’과 ‘용기’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날 회견은 그 어느 때보다 눈물 가득한 연설 속에서 “진실한 마음” “결단” 등 감성적 단어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에게도 “시작은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라며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여권을 지배해온 윤 대통령 중심의 정치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주목할 부분은 이 전 대표의 ‘잠재적 확장성’이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여의도에서 온건 보수와 중도층에 온건 진보까지 포괄하는 정치 연합을 최대치로 추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란 게 중론이다. 그의 확장성은 단지 ‘이대남’ 지지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창당할 경우 17.7%를 얻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8.5%포인트, 국민의힘은 4.3%포인트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고정관념과 달리 진보층을 더 잠식할 정도로 확장성이 넓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27일 이 전 대표 사면을 논의키로 한 것도 이런 확장성을 의식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관건은 신당 창당이 이 전 대표의 열정과 용기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소선구제 구도에서 단순한 바람을 넘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강력한 코어 세력의 결집이 필수다. 하지만 현재 제3 세력은 거의 존재감이 없고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분당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이 전 대표가 결국엔 무소속 출마의 길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주문한 ‘결단과 용기’를 본인 스스로도 발휘할 수 있느냐가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다.

선거 전술 능한데 예상 뛰어넘을 수 있을까

보궐선거 직후라는 묘한 타이밍에 열린 국민통합위 행사와 김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한 신뢰 메시지는 정국에 적잖은 파장을 불렀다. 즉각 여의도에선 “윤 대통령이 향후 정계 개편의 키맨으로 김 위원장을 지목한 것”이란 관측이 나돌 정도였다. 김 위원장은 부인했지만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김 위원장이 추천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 귀국 후 김 위원장의 보폭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장점은 현재 여권 주요 인사들이 갖고 있지 못한 두 가지 자원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강경 보수 색채가 강한 현 여권 실세들과 달리 민주당 출신이란 점에서 중도층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와 현재 야권 인사들과도 여전히 소통 가능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선거를 여러 번 치른 경험에 캠페인 전술에도 능한 그가 내놓을 총선 전략에 윤 대통령도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반면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금의 여권에 필요한 카드는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참신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란 점은 윤 대통령과 그 누구 못지않게 가깝다고 알려진 김 위원장에겐 마이너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내년 초 ‘윤석열 신당’이 가시화될 경우 이를 정교하게 추진해 성공시킬 적임자로 김 위원장이 첫손에 꼽힌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계속 주목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 가치 높은데 리스크 극복 가능할까

이 전 대표가 독자 노선을 걷게 될 경우 여권의 기대는 결국 한 장관에 쏠릴 공산이 크다. 최근 “내년 총선 때 정치 1번지인 종로에 한 장관을 전진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기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차기 대선후보로서 지지도가 높은 한 장관 차출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곁들여진다. ‘이준석 신당’이 창당할 경우 “이준석에 필적할 인물은 한동훈뿐”이란 여권 주류 내부의 시각도 한 장관 차출설에 한몫하고 있다.

한 장관은 야권의 평가절하와 달리 안정과 능력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수도권 유권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가치가 꽤 높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런 만큼 여권 내부엔 한 장관을 전면에 내세워 안정 지향적인 서울의 중산층 민심을 공략할 경우 판세를 일거에 뒤흔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잖다. 관건은 한 장관 스스로 두 개의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늘 계산이 섰던 환경에서 벗어나 예측 불가한 정치에 뛰어드는 위험과 잠재적 차기 주자로서 총선에 도전했다 실패할 경우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다.

여권 최상의 승리 공식은 당연히 이들 3인의 키맨이 손잡고 힘을 합치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3당 합당과 박근혜 비대위 등 파이를 키워 난관을 돌파한 경우는 보수 진영이 훨씬 더 많다. 변수는 보궐선거 후 3인의 행보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이들의 합종연횡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여권은 물론 야권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