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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위고비’·‘마운자로’ 상륙 눈 앞… 살 떨리는 국내 시장

중앙일보

입력

[시장분석] 역대급 비만 치료제 온다  

일론 머스크 ‘효과 간증’에 폭발적 인기… 2030년 100조 시장 전망
‘경구용(알약)’ 개발은 화이자 선두… 국내서는 LG화학이 R&D 속도

"단식 그리고 위고비(Fasting and Wegovy).”
지난해 10월 한 트위터(현재 X) 사용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군살이 없고 건강해 보인다.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가 내놓은 답이다. 일론 머스크는 수개월 사이에 체중을 무려 13.6㎏(30파운드)이나 줄이면서 화제가 됐다. ‘위고비’는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021년 6월 출시한 비만 치료제 주사다.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효과 간증’이 이어지면서 위고비는 ‘셀럽들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부상했다. 미국에서 주사기 4개 한 세트 1350달러(약 180만원)로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68주간 고용량 위고비를 주사로 맞은 참가자들의 체중은 평균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가 56주간 임상시험에서 기록한 평균 7.5% 감량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났다. 특히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1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돼 편의성을 높였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위고비의 강력한 경쟁자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는데, 비만 치료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마운자로가 비만환자에서 22%가량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고, 출시국 확대와 비만 적응증 확대 승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운자로의 효능과 제형, 용법은 위고비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욕 억제를 유도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위고비의 한국 출시가 내년 상반기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도 비만 치료제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이 손에 꼽힌다.

최근 주목받는 비만치료제는 모두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체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이 과정에서 약물이 사람의 뇌에 특정한 영향을 끼쳐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 결과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되던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가 된 사연과 비슷하다. 현재 출시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으로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삭센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이 있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vs 일라이릴리 ‘마운자로’

노보노디스크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덴마크 생물학자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3년 설립한 회사다. 2015년을 전후로 삭센다를 선보였는데, 청소년 이상 비만 환자에게 71개국에서 쓰이고 있다. 삭센다는 지난해 매출 107억 크로네(약 2조원)를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전체 비만 시장(3조5000억~4조원)의 과반을 차지한다.

후속작 위고비는 2021년 성인 대상 비만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주1회 주사제로 간편하고, 평균 체중감소율이 15~20% 수준을 보이면서 삭센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바늘이 달린 마커펜처럼 생겨 복부, 허벅지, 팔 등에 스스로 주사를 놓는 방식이다. 최근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도 효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위고비는 출시 2년 만인 올해 2분기 매출이 7억3500만 달러(약 1조원)에 육박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6배 급증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도 폭등해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넘으면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15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출시 1년 만에 ‘블록버스터 의약품’ 대열에 합류했다. 마운자로의 체중 감소 효과는 12개월간 23%다. 체중 감소 효과 20% 이상은 비만 수술과 맞먹는 수준으로, 마운자로가 의료계에 충격을 준 이유다. 특히 일라이릴리의 차기작 ‘레타트루티드’는 지난 6월 공개된 임상시험 결과에서 투약 48주 차에 비만 환자 체중을 평균 24.2% 줄이면서 지금까지 공개된 임상시험 데이터에서 가장 큰 감량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임상 3상 시험까지 마쳐야 해 실제로 이 약을 병원에서 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쯤 위고비의 한국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고비는 2021년 6월 미국에서 첫 출시된 이후 올해 들어서야 덴마크·노르웨이(1월), 독일(7월), 영국(9월)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마운자로는 미국을 시작으로 지난해 유럽연합(9월)과 캐나다(11월), 호주(12월) 등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올해 6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같은 적응증으로 마운자로를 승인했고, 현재 당뇨 환자만 사용할 수 있다.

비만 치료제의 시장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5년 전 세계 비만 인구가 19억14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당초 2030년 연간 500억 달러(약 67조원) 규모로 전망되던 시장 규모는 잇따른 흥행 품목 등장에 1000억 달러 (약 135조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비만 시장 규모가 2030년 770억 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의 권해순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현재까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시장 침투율이 낮고 신규 제품들이 아직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 기하급수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매출 고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비만 시장을 점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GLP-1 작용제 후보물질 개발을 서두르고 있고, 유한양행은 뇌 중추에 작용해 식욕 억제 기전을 발휘할 비만 신약 개발을, 대원제약은 패치제 방식으로 연구개발 중이다.

한국형·패치형 등으로 게임 체인저 노린다

가장 앞선 곳은 한미약품이다. 지난 7월 한미약품은 식약처에 자체 기술로 확보한 GLP-1 작용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비만 대상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위고비처럼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 형태로, 동일한 기전의 GLP-1 당뇨 임상을 통해 체중 감소 효과 경쟁력을 확인했다. 2025년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최소 3개 이상의 비만 신약을 국내에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측은 “GLP-1 계열 기존 시판된 비만 치료약의 체중 감소 효능은 고도 비만 환자가 많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우리는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을 개발한다”며 “자체 생산으로 원가 절감, 물량 확보 등을 꾀해 지속가능한 치료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뇌 식욕 억제 기전을 가진 ‘퍼스트 인클래스’ 비만 신약 개발로 눈을 돌렸다. 기존 GLP-1 치료제와 달리 뇌에 존재하는 GDF15 수용체와 합성해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비만 신약 후보물질 ‘YH34160’은 현재 전 임상을 완료하고 1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YH34160이 동일한 조건으로 수행한 전 임상에서 위고비(5%)보다 2배 이상 높은 약 1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에스티는 미국의 신약개발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DA-1726’을 개발 중이다. GLP-1은 물론 글루카곤(GCG)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 기전의 치료제다. 지난 6월 미국 당뇨학회(ADA)에서 비교군과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보다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전 임상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시험 신청을 제출할 예정으로, 내년 하반기 데이터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일동제약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대사성질환 분야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과 관련한 임상 1상 IND 승인을 취득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해당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확정하진 않은 상태로,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이후 비만 적응증으로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개발은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가 맡고 있다. 대원제약은 패치 형태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미국 라파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패치형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DW-1022’의 임상 1상 IND를 식약처에 신청했고, 보완요청을 받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동물실험, 임상 1상 정도의 단계여서 임상 3상까지 완료한 뒤 본격적인 출시가 되려면 최소 5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규모의 경제’도 숙제다. “글로벌 빅파머들의 경우 1000억원 수준 프로젝트를 10개씩 진행한 뒤 그중 1개를 성공시켜 비즈니스를 이어 가는 구조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비만치료 바늘이 싫어? 종착점은 ‘알약(경구형)’

위고비, 마운자로 등 역대급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으나 후발물질을 개발해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시도가 활발해지면서 시장의 변화도 무쌍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특히 현재 주사형 비만 치료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환자들의 투약 불편을 최소화한 경구형(알약) 비만 치료제 개발이 종착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이자는 바늘을 싫어하는 환자들을 위해 ‘다누글리프론’을 개발 중이다. 하루 두 번 먹는 알약으로, 무려 1400명 환자를 대상으로 2b상을 진행하는데, 비만 치료제 임상 시험에서는 최대 규모다. 다누글리프론은 16주 차에 5.4%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기존 주사제와 비교해도 효과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 환자 편의성과 다이어트 효과 모두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도 경구용 비만약 개발에 착수했다. 원래 위고비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약물재창출해 만든 것이었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1일 1회 경구 제형에 대한 임상 3a상에서 15~17%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며, 연내 미국과 EU 등에서 동시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도 최근 비펩타이드성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 ‘오프로글립론’의 임상 3상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경구용 유전성 비만 치료제 ‘LB54640’의 글로벌 2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종료된 임상 1상에서 최고 용량 그룹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오는 12월 임상 2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2025년 말 종료하는 것이 목표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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